주간기자석 - 스펙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자
주간기자석 - 스펙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자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1.09.20 13:38
  • 호수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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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여행에 비유되곤 한다. 만나고 헤어지고, 가다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기도 하고, 돌아보면 아련하고…. 인생여행이 그런 말인가 혼자 생각하다가, 별로 살아보지도 못했고 아는 것도 거의 없으면서 무슨 인생인가 싶어 콧방귀나 뀌고 말았다. 내가 아는 것이라면 여행은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가는 동안이라는 것 정도다.

여기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은 두 갈래 길이 있다. 출발점은 출생이고 도착점은 죽음이다. 1코스는 빠르고 우아하며 깔끔한 럭셔리코스다. 차를 타고 달려가면서 유명한 데만 쏙쏙 보고 오면 된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편하게 가기만 하면 된다. 반면 2코스는 걸어서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이다. 좋다고 소문난 데를 가려면 혼자 지도를 보면서 한참을 걷거나 험하고 별로 안 유명한 데를 거쳐 가야 한다. 때론 비박을 하거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다.

1코스로 가면 남들보다 빨리 명소에 도착하고 헤맬 염려가 없어 안전하다. 대신 너무 빨리 가기 때문에 가는 길 위에서의 풍경과 소리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좀 외로울 수도 있다. 2코스로 가면 필시 온갖 우여곡절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걸어가는 동안 바람과 햇빛과 풀냄새를 느낄 수 있고, 배낭을 내려놓고 그늘에서 낮잠을 잘 수 있다. 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 수도 있다.

1코스는 빠르고 편하겠으나 2코스에 비하면 좀 심심해보이지 않나. 반면 2코스는 어떤가. 이 길로 가면 넘어지고 일어나고 비 맞고 사진 찍느라 심심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날씨 좋은 날엔 발로 흙을 밀고 걸어갈 때 신바람이 날 것이다. 실컷 고생하면서 가는 여행은 순간순간이 추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1코스가 스펙을 쌓으며 빨리 가는 길이라면 2코스는 스토리를 쓰며 천천히 가는 길이다. 스펙과 스토리를 구분 짓는 차이는 과정을 대하는 태도다. 20대 지역에 있는 곳들을 두루 거쳐 가면서 과정을 즐기면 스토리고, 목적지만 보고 가로질러 가면 스펙이다. 1코스로 가면 나중에 대형 TV를 보며 수입맥주를 마실 수 있겠지만, 2코스로 가면 TV 대신 떠올릴 추억들과 국산맥주를 나눠 마실 사람들이 남을 것이다. 남들이 벌써 저만큼 갔다고 나도 거기까지 가야 된다는 건 얼마나 한심한 생각인가. 어디까지 누가 먼저 가느냐가 아니라, 가면서 내가 뭘 보고 듣고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스펙을 쌓지 말고 각자 스토리를 쓰자. 과정을 즐기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다보면 저절로 실력이 늘고, 실력이 생기면 인정도 받게 되는 거 아닌가. 그냥 속 편하게 생각하자. 꼭 빨리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뭔가가 돼야만 내 인생이 좋은 인생이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는 갈 길이 아직 멀다. 다행이다.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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