㊴『뿌리깊은 나무』, 이정명 저
㊴『뿌리깊은 나무』, 이정명 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1.09.27 20:18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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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잎은 보이지 않는 뿌리를 말한다

㊴『뿌리깊은 나무』, 이정명 저
보이는 잎은 보이지 않는 뿌리를 말한다


 "누가 한글을 만들었나요?"라는 질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다수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요"라고 답할 것이다. 이처럼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을 창조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 중 한글날이 언제인지, 한글 반포를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정명 작가의『뿌리깊은 나무』는 한글 창조에 관한 역사적 사실(fact)에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허구(fiction)를 가미해 재구성한 팩션 소설이다. 소설은 말단 겸사복 채윤이 집현전 학자의 살인사건을 맞닥뜨린 데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살인 사건으로 여겨졌던 것이 알고 보니 집현전 학자들의 연쇄살인 사건으로 드러난다. 채윤은 조사과정에서 의문의 여인인 '소이'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한글을 반포하기 위한 비밀 결사대의 존재와 더불어 그곳에 왕(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한글창제 과정과 그 뜻을 알게 되면서 채윤도 한글을 지키려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치밀한 복선, 방대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한 내용 전개, 잡학의 비밀을 통해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이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이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 아닐까?'라는 의문까지 들게 한다.
 소설『뿌리깊은 나무』를 통해 우리는 말라가고 있는 '우리의 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현대인들은 한글날이 언제인지도 모른채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또한 한글 파괴에 관한 문제가 대두되고 한글보다는 영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한글로 대변되는 '우리의 얼'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 이유로 세종대왕은 "우리의 궁리와 격물이 대국을 넘어서면 더 이상 대국은 대국이 아니요 조선은 변방의 조공국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작가는 잡학과 한글을 연구하고 널리 알린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의 행동을 통해 점점 말라가고 있는 우리 뿌리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다음으로 시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해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사회에서 희생정신을 갖춰야 할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바쁘고 우리 개개인도 당자의 내 삶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시대의 발전을 꿈꾸기 보단 나의 안락함과 경제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소설 인물들은 자신의 희생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만들었다. 채윤은 사람들의 희생에 대해 '사람이 시대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시대가 성장하는 데는 그 시대의 명을 좇는 자들의 희생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희생'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의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또한 시대를 위해 희생 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미래에 기술될 역사에 우리는 어떤 뿌리로 남아 있을까?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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