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회사원 - 이야기 전개에 대한 기대 버리면 꽤 볼만한 영화
<영화> 회사원 - 이야기 전개에 대한 기대 버리면 꽤 볼만한 영화
  • 김상천 기자
  • 승인 2012.10.16 20:26
  • 호수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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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61


※이 리뷰는 영화의 재미를 반감하지 않고자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려는 의도 아래 쓰였습니다. 전체적인 영화평과 예고편 이상의 내용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좋은 소재를 허술한 전개가 망쳐 아쉬운 영화가 있다.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인타임>(In Time, 2011)이 대표적이다. 사실 <회사원>도 그런 영화에 속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여러모로 꽤 매력 있는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영업2부 지형도 과장(소지섭)이 일하는 곳은 겉으로는 평범한 빌딩숲속 중소기업이지만 속은 살인청부회사다. 누군가를 죽여야 내 실적이 쌓인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밥벌이를 하는 이 시대 회사원들이 솔깃할 설정이다. 사실 업무가 살인이라는 점만 빼면 이 회사는 일반 회사와 다를 게 없다. 직원들은 아이디카드를 찍고 회사에 와서 업무와 야근에 시달린다.

업무는 의뢰인과의 미팅 후 살인 모의 PT를 거쳐 기획안에 따라 실행된다. 그 속에 ‘손에 피 한방울 안 묻혀 본’ 낙하산 상사의 질투와 갈굼이 있고, 딸랑딸랑한 아부가 있으며, 등산 야유회도 있다. “출근은 정시에 하지만 퇴근은 정시에 못하는 모든 회사원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와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임상윤 감독의 말이 영화에 녹아있다. 감독은 회사원들이 <회사원>을 보며 공감하고, 눈이 즐겁기를 바랐다. 그래서 회사원들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살아있는’ 대사들도 줄지어 나온다.

어느 회사에나 있는 진상 상사 역은 드라마 <유령>(2012)에서 소지섭과 호흡을 맞춰본 곽도원이 맡았다.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 침을 퉤 뱉은 뒤 하이힐 뒷굽으로 저어주고 싶은 캐릭터다. 연기를 맛깔나게 잘해서 얼른 죽었으면 했던 관객들이 많았을 것이다.

사건 발단은 지 과장이 업무 중 일에 환멸을 느끼면서 시작된다. 10년간 묵묵히 잘 다녀온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 실직은 죽음을 의미한다. 냉혈동물이 꼬리를 잘라버리듯, 회사는 필요 없어진 사원을 없앤다. 그걸 잘 알면서도 지 과장은 사직서를 안주머니에 품고 다닌다. 그래서 총싸움이 시작된다.

<회사원>은 만듦새가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짜임새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아 몰입이 힘들다. 신인 감독이 만들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투박하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아마 이 영화를 가장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처음부터 이야기 전개에 대해 큰 기대를 버리는 방법이 아닌가한다. 대신 스토리 외적인 요소는 꽤 볼만하다.

배우들은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을 찍기 위해 시스테마(systema)라는 호신술을 배웠다. KGB나 스탈린 보디가드들이 익혔던 무술이다. 액션씬 중에서도 말끔한 정장에 넥타이 매고 파티션을 은폐물 삼아 벌이는 ‘17층 액션’ 장면이 이 영화의 백미다.

거기다 주연배우 소지섭은 ‘안구 정화’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아저씨>(2010)의 원빈 못지않다. <영화는 영화다>(2008)의 이강패가 맘 잡고 취직하니까 이렇게 또 멋있다. 112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상천 기자 firestar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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