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화
[백색볼펜] 화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3.03.28 16:53
  • 호수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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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많으면 위인이 되지 못한다

◇최근 아카데미 주요부문을 석권한 영화 <링컨>(2013)이 개봉하면서 ‘링컨의 리더십’이 화제다. 링컨은 ‘최고의 라이벌이야말로 최고의 실력자’란 철학에 기초해 야당에서도 능력 있는 인재들을 전부 끌어다 썼다. 심지어 당내 경선에서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윌리엄 H 슈어드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배울 게 많은 점과 공직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필자가 가장 감명 받은 ‘링컨의 리더십’은 비판에 대처하는 자세다. 화를 자주 내던 링컨은 화가 날 때마다 그 대상에게 편지를 썼다. 그러나 이 편지를 당사자에게 보내지 않고 대통령 책상에 넣어뒀다고 한다. 위인은 뭘 해도 다르다.

◇필자가 위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필시 ‘화’가 많기 때문이다. 화가 많아도 그 화를 링컨처럼 서랍에 고이 간직해두면 좋겠지만 절대 그러지 못한다. 시도를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다. 화를 3번 참았다가 4번째에 터뜨리는 카운트제도 해봤고, 화가 나면 ‘내가 정말 화를 내야하는 일인가’, ‘한 번 더 참을 수는 없는가’등 자신에게 반문하는 방법도 책을 통해 독학해봤다. 그러나 몇 번 해보다가 깨달았다. 이건 위대한 사람을 위한 방법이라는 걸. 이후 말끔하게 포기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정적이면 그 사람의 신뢰가 떨어진다는데 타인에게 내 신뢰도가 바닥은 아닐까 잠시 걱정해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는 필자 혼자만의 걱정은 아닌 듯하다. 지난 4일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통과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 발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극도로 격앙된 상태였다. 한 언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를 분석한 결과 평소보다 성대 떨림이 65% 증가했고 목소리가 2.5배 이상 흥분해 있었다고 한다. 수치를 들어도 와닿지 않지만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름 끼친다”는 말이 나왔다니 성대 떨림 65% 증가와 평소 목소리의 2.5배 흥분은 대단한 수치라 짐작 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부조직법이 협상 30여 차례 만에 드디어 17일 타결됐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또 한 번 TV에서 100%의 성대 떨림 증가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링컨과 박 대통령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원칙’을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링컨은 남북전쟁의 승전으로 얻은 권력이 아닌, 야당의 표를 흡수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노예제 폐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박 대통령 연관검색어에 ‘원칙론’이 뜰 만큼 그녀가 원칙론자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박 대통령의 ‘원칙론’에 링컨처럼 화를 누르는 연습을 한다면 박 대통령도 진정한 위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역사책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에 대해 대국민 담화에서 성대 떨림 수치 어떻고, 목소리가 어떻고에 대해 기록된다면 얼마나 국가적 망신인가. 포커페이스를 통해 역대에 비해 10~20% 낮은 지지도(18일 기준으로 50.4%)를 100%로 끌어올리길 바란다. 화가 많은 건 국가에나 자신에게나 좋지 않다.   

<秀>

조수진 기자
조수진 기자

 ejaqh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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