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삼봉이발소 - 하일권 작가의 데뷔작 … 연극이 되다
<연극> 삼봉이발소 - 하일권 작가의 데뷔작 … 연극이 되다
  • 이다혜 기자
  • 승인 2013.11.14 18:13
  • 호수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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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85

   시험은 끝났겠다, 재밌게 놀고 싶은데 날씨가 쌀쌀하니 야외활동을 생각하면 몸이 절로 움츠러들고, 가볍게 볼 영화도 없는 11월. 대학로 연극을 보러 가기 딱 좋을 때다. 연극의 다양함과 선택의 잦은 실패로 무엇을 볼지 고민이라면 2천만 명에게 검증된 <삼봉이발소>를 추천한다.(연극의 원작인 하일권 작가의 웹툰 ‘삼봉이발소’의 독자가 2천만에 달했다.) 하일권 작가와 그의 작품의 팬인 기자는 큰 기대를 안고 극을 찾았다.

   원작을 각색하지 않고 연극화시킨 <삼봉이발소>는 도시에 갑자기 유행하는 ‘외모 콤플렉스’라는 병을 치료해 주는 신기한 이발사 ‘삼봉이’와 그의 이발소에서 일하게 된 ‘장미’라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사람이 괴물처럼 변하는 외모 콤플렉스라는 병과 큰 가위로 마법처럼 병을 치료해 주는 이발사라는 판타지적인 소재가 독특하다. 이밖에도 깐죽대며 말하는 고양이 ‘믹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연극은 연기를 통해 관객을 즐겁게 하지만 <삼봉이발소>는 더 나아가 배우가 관객과 함께 호흡을 주고받으며 재미를 끌어낸다. 처음부터 재미있는 퀴즈와 상품으로 열기를 띄운다. 실제로 관객이 극에 참여하는 시간이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배우들이 연극 스토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민망한 대사에 야유가 따르면 “나도 미치겠어”라며 재치 있는 대답을 하고 연기 도중 다양한 역할을 맡은 멀티맨이 “아 진짜 나만 바쁘네”라는 등의 불평을 하면서 연극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때도 있다. 이렇게 대학로 연극이기에 가능한 특이한 설정이 더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웹툰을 본 사람이라면 워낙 인기가 많고 재밌었던 원작을 과연 잘 연극화했는지 우려될 것이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는 ‘외모 지상주의’라는 소재가 판타지적인 설정에서 재밌을까 망설일지도 모른다. 원작도 보고 종종 대학로 연극을 찾아본 기자가 평하자면, <삼봉이발소>는 원작의 따뜻한 메시지를 잘 살리고 연극의 재밌는 요소들을 더해 아주 유쾌한 연극이었다. 연극을 보고 있으면 삼봉이의 말 하나하나가 외모 지상주의에 상처받는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달라진 게 있다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네 마음이야”라며 마음을 울리는 삼봉이지만 그 순간도 코믹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도록 연출했다. 그래서 연극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찡해질듯하다가 박장대소를 하고 웃음이 끊이지 않을 때쯤 가슴이 아련하다.

   결말과 세부적인 부분이 원작과 달라 깊은 여운을 남기지 않았지만 그것이 밝은 분위기를 더욱 살리면서 연극이라는 장르에 잘 맞지 않았나 싶다. 웹툰을 미리 읽었던 사람들은 연극의 구성에 맞춘 색다른 대화와 연기로 연극을 즐길 것이고, 읽지 않은 사람들은 감동적인 메세지와 웃긴 연기에 빠져 웹툰을 읽고 싶어졌을 것이다. 오랜만에 박장대소하면서 웃고 싶은데 배 아프게 웃고 난 후 허탈하지도 않고 싶다면 <삼봉이발소>가 적격이다.

   전체 스토리를 아주 짧은 장면들로만 요약해 연기하며 보여주는 독특한 커튼콜은 영상으로도 준비돼 있으니 연극의 분위기와 줄거리가 궁금하다면 한번 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이번 시즌 공연은 대학로 JH아트홀에서 오는 30일까지.

이다혜 기자
이다혜 기자

 ekgp0598@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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