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아트 선재센터 : 6-8전 - 역사는 밤에 탄생한다
<전시회> 아트 선재센터 : 6-8전 - 역사는 밤에 탄생한다
  • 신수용 기자
  • 승인 2014.03.12 03:11
  • 호수 1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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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93

 


 밤손님만 받는 전시회가 있다. 종로구 미술동네들이 굳게 철문을 내리는 저녁 6시부터 열리는 전시회가 있다. 가로등이 불을 밝히고 미술관의 불이 꺼지는 탄탄한 ‘바톤 터치’ 후에야 입장이 가능하다. 일단 팜플렛 대신 지도 한 장이 주어진다. 이 뜨악한 지도 귀퉁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 있다. “...유심히 바라보던가 말던가 하세요.” 하지만 보던지 가던지 당신 맘대로 하라는 말과 달리 일상적으로 스치고 지나갈 작은 사물하나까지도 ‘이것도 전시품인가’를 멈추고 들여다보게 만드는 집중력과 호기심을 부여한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 줄 모르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영리한 전시다. 관객은 충실하게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능동적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여타 갤러리와 같은 액자도 조명도 그림도 없다. 주차장, 정원, 옥상, 기계실, 사무실이 전시 장소이다. 역설적이게 갤러리 빼고 모두 갤러리이다. 이와 더불어 전시 동선도 공간도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관람객 개개인의 취향과 느낌대로 산책하듯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팜플렛 대신 주어진 지도에는 작가로 빙자한 큰 따옴표들이 속사포 같은 이야기로 관전 포인트를 귀띔한다. 딱딱한 부제와 설명이 없는 덕분에 오직 물컹한 오감만으로 보물찾기 하듯이 작품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설사 작품을 찾아내지 못하고 그저 지나치더라도 괜찮다. 전시장의 오묘한 분위기에 심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따금 깜깜하고 적막한 분위기에 감상이 아니라 마치 폐교에서의 일일 공포체험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전시의 백미는 미술관 옥상. 탁 트인 미술관 옥상에서 청와대와 경복궁이 보이는 서울의 야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 설치된 온실 안 의자에 앉는 순간 사방에서 빈틈없이 연기가 뿜어 나오며 세상과 내가 사라진다. 이원우 작가의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 아니면 그 반대이거나’다. 좁고 가파른 계단이 많은 옥상전시는 하이힐을 신은 관객은 입장이 제한된다. 이 전시회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미술관을 털기 위해 온 밤손님 마냥 튼튼한 운동화와 점퍼 그리고 모험심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전시회가 진행되는 단 두 시간 동안  어둠 속 숨어있는 작품들을 찾아내 온전히 즐기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걷다 다리가 아프다면 미술관 밖 뜰에 있는 빨간 의자에 앉아보라. 놀랍게도 모든 의자에 보일러가 가동되어 따끈따끈 하다.

 이번 달만큼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찾은 종로의 밤거리가 밥집과 술집을 말고 갈때가 없다고 말하면 곤란하다. 오늘도 어둠이 내린 종로구 삼청동 거리는 매력적인 선택의 길이 존재한다. 본 전시는 이번 달 29일까지 이어지며 입장료는 없다.

신수용 기자 sooyongshi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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