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크북크 17.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북크북크 17.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
  • 채미듬 기자
  • 승인 2014.05.27 17:13
  • 호수 13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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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에 눈이 먼 우리들에게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본문 中 안과의사와 그의 아내 대화


이 세상에서 갑자기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눈이 먼다면? 영화로 더욱 알려져 있는 『눈먼 자들의 도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이다. 특유의 우회적인 표현으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소설이다.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원인불명의 눈이 멀게 되는 병에 한두 명씩 걸리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길을 걷던 중에, 운전을 하던 중에 눈앞이 하얘지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백색 실명(失明)상태가 된다. 이로 인해 사회는 혼돈 상태가 되고, 이 원인불명의 하얀 실명상태는 여러 사람에게 빠르게 전염된다. 이후 정부는 재난을 선포하고 눈이 먼 자들을 격리 수용소에 모아 따로 관리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격리 수용시설에 있는 눈 먼 자들을 관리하지 않았고 그곳엔 오직 눈이 먼 척을 하는 안과의사의 아내가 있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는 그녀의 눈앞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추악함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대·소변을 보기 시작해 온통 오물과 악취로 뒤덮였고, 약탈, 폭행, 부녀자 강간, 살인 등의 범죄는 ‘눈먼 자들의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했다. 이 모든 건 안과의사의 아내만이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결말은 밝지만은 않다. 사람들은 눈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와 악행을 저지르고, 그 속에서도 힘이 있는 자와 없는 자가 나뉜다. 이는 어쩌면 우리 현실에서 소중한 것을 잊은 채 살아가는 마음의 눈이 멀어있는 우리를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시력이 본래대로 돌아오는 건 눈이 멀기 전에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책에서 눈이 멀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많은 것을 잃었다는 뜻이고, 둘째는 눈이 멀어 소중한 것을 보지 못 한다는 것이다. 또 작가는 우리 모두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을 하고나서야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현대 사회에서의 물질 만능주의와 쾌락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혹시 우리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채미듬 기자 5209069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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