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려면…
  • 박정규(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4.06.03 22:07
  • 호수 13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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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이 지방 선거일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날을 선거일로 기억하기보다는, 목요일인 5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4일부터 8일까지 5일 동안 이어지는 연휴 중의 일부로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궁금해진다. 물론 두고 볼 일이지만, 과연 이번 6 · 4 지방 선거의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뉴스를 통해 들려올 말이 벌써부터 귀에 쟁쟁하다. “이번 지방 선거 투표율은, 세월호 참사라는 악재가 겹친 데다 이로 인해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더해진 탓에,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필자의 경우, 그동안의 선거에서 투표를 안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투표일이 될 때마다 투표를 해 봤자 뭐가 달라지겠냐는 자조 섞인 생각에, 이번 투표는 기필코 참여를 하지 말자는 생각이 고개를 들긴 했지만, 그때마다 투표권을 처음 행사했을 때의 기억이 떠올라 결국에는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 장소로 향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투표에 임했을 때만 해도, 이제 나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나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치기(稚氣) 어린 의무감마저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후 투표장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주변의 상황도 눈에 띄게 달라져 갔다. 투표일이 휴일로 지정되다 보니 연휴와 맞물리게 되면,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놀겠냐고 각오라도 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투표장이 아닌, 들이나 산으로 향하다가 최근에는 해외로 대거 몰리면서, 갈수록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권도 의사 표시 중의 한 방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너도 나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아 투표율이 너무 낮아질 경우 생기는 문제는 결코 적지 않다.

 일단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어긋난다는 거창한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도, 이 정도의 투표율을 얻자고 멀쩡한 날을 휴일로 지정할 필요가 있느냐의 문제에서부터 대다수의 투표권자가 반대하는 무능력한 후보자가 대표로 뽑힐 수도 있는데다가, 좀 더 나가면 유권자들의 심각한 무관심이 자칫하면 그들로 하여금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광역 지자체별로 건설 중인 경전철 사업이 대표적인 것으로, 놓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처럼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더니, 지금까지 투입된 건설비는 그렇다 치더라도 앞으로의 유지비조차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전혀 미지수인 것이다.

 그렇다고 투표율이 저조한 책임을 무조건 유권자들의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동안 소위 위정자들이 조금이라도 자기의 역할에 충실해 왔으면, 유권자들 또한 거기에 호응하여 더 나은 공복(公僕)을 뽑기 위해서라도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를 하는 6월 4일 지방 선거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번 투표가 생애 첫 투표가 될 수도 있는 우리 학생들부터라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여, 유권자의 눈이 얼마나 매섭고 냉철한지를 똑바로 알려줄 일이다. 그래야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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