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 자유로운 의사표현인가, 위험한 행동인가?
대북 전단 살포, 자유로운 의사표현인가, 위험한 행동인가?
  • 황종원(교양기초교육원) 교수
  • 승인 2014.11.05 22:53
  • 호수 13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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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던 남북관계가 다시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지난 10월 초,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즈음하여 한국을 방문한 최룡해 등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사이에 제2차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실로 오랜만에 남과 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북한 직접 돕기 운동’이라는 탈북 기독교인 단체가 북한의 3대 세습 독재 타도를 주장하는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날리면서 긴장이 촉발된다. 북한은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남한 정부가 이를 막아줄 것을 요청하나, 우리 정부는 시민단체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므로 그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 요청을 거부한다. 곧이어 연천, 파주 등지에서 북한군이 사격을 가하고 우리 군이 응사하는 공포상황이 연출된다. 평온한 일상을 바라는 지역주민과 탈북자들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고위급 회담 개최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물론 탈북자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에서 이해되는 점도 있다. 오랫동안 폭력 정권에 의해 속아 살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 지금도 북에 남겨진 가족과 이웃에 대한 연민 등을 감안할 때 이들의 행동을 우리의 잣대로 쉽게 재단할 수는 없어 보인다. 또 이들이 제작하고 살포하는 전단의 내용도 틀린 것은 아니다. 북한정권의 실상을 정확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은 다음 두 가지 점에서 잘못됐다. 첫째, 민주국가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은 타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허용돼야 한다. 그런데 이들의 대북 전단 살포 행위는 그 자체로 지역주민들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생업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이들은 북한주민들에 대해서는 측은지심과 대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가 넘치는지 몰라도 한국의 이웃들에 대해서는 불인(不仁)하고 의롭지도 못하다. 둘째, 대북 전단 살포라는 이들의 방법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들은 대북 전단이라는 ‘복음’이 북한 땅에 뿌려짐으로써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여 북한정권에 대한 반대투쟁으로 나서길 기대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단이 그런 효과를 가져다주기에 극히 미약하다. 더군다나 이들이 전단이라는 공격적인 선전을 행하는 지역은 역시 호전적인 통치자가 다스리는 곳이다. 그런 곳에 전단을 뿌리는 행위는 마치 인질극을 벌이는 납치범을 경찰이 협박하는 것만큼 위험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 직접 돕기 운동’은 ‘직접 돕는다’는 공격적인 운동노선으로 북한정권이라는 ‘납치범’의 폭력성을 조장하고 있으며 이는 자칫 북한주민과 한국 국민들의 안전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극히 위험하다.


북한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우리는 저와 같은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위험한 행동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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