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1대 99의 미학
백색볼펜. 1대 99의 미학
  • 승인 2014.11.11 19:49
  • 호수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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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지난 번, 특별하고도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말하는 학생이 자신의 한 해를 돌아보면서 ‘최악의 해였다’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또, 친구가 장장 6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친한 친구와 한 번의 싸움으로 등을 돌리면서 ‘3번이나 싸웠으니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왜 정말 뜻 깊은 경험을 했으면서 한 해를 통틀어 안 좋은 일만 되짚어 보고 최악이라고 꼽으며, 친구 함께한 수천 번의 시간을 뒤로하고 3번의 싸움으로 관계를 단정지어버릴까? 나도 예전에는 내가 기다리던 날이 엉망이 되면 그 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친구와 한번 싸움으로 영영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학교를 돌아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많은 불만들도 뒤따른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러한 불만들이 정말 민감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사건 중 하나일 뿐이다. 자기가 선택하기 나름인 것이다. 자기의 잘못이 드러날 지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참 대단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보다 보면, 의견 하나 말하는 데에도 이름이 실리기를 두려워하고 피하는 사람들은 ‘편협한 사고를 한다’, 혹은 ‘우리가 있는 곳이 자기의견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정말로 두려운 사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신분을 밝히고 의견을 표현하기 두려운 사회가 된 것도 안타깝지만, 주어진 대로 흘러가는 사람들도 참 안타깝다. 유일하게 이성을 가진 동물인 인간은 분위기와 사회 환경이 주어져도 이성적으로 사고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말이 거창해보이지만, 그냥 두려워하면서 회피할 것인지, 혹은 대수롭지 않게 자기의 의견을 사회 분위기와는 상관없이(혹은 대항하더라도) 당당하게 드러낼 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하루, 한 주, 한 달, 한 해에서 좋았던 일과 좋지 않았던 일이 1대 99더라도, 내가 무엇을 선택했나에 있어 내가 행복할지 말지가 결정된다. 그냥 주어졌던 대로 좋지 않았던 99를 선택하면 나의 과거는 불행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1이라는 작은 일이었어도, 행복했던 1을 내 삶으로 선택하면 나의 지난 시간은 행복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행복할지 말지는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도 한두 번의 싸움 말고 좋았던 추억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일은 선택하기 나름이다. 사회 구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봐라. 하지만 그 구조 속에서도 내가 뭘 선택하느냐는 자기 몫이다. 이런 불만, 저런 불만으로 계속 목소리가 커져서 불안하고 뒤숭숭해도, 잇따른 목소리가 없으면 학교에 좋은 방향으로의 발전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러니 불만을 안 좋은 것, 심각한 것이 아닌 발전의 밑거름이라고 선택해보자. 이렇게 긍정적인 불만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 안위만 찾다가는 스스로가 더 불행해 질 것이다.
<惠>

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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