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노의 미학
사설. 분노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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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1 16:00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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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강보험 심사평가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작년에 4968명으로 5년 새 33.5% 늘었다고 한다. 치밀어 오른 화를 참지 못해 급기야는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극단적인 행동을 벌리는 중증 환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세종시와 경기도 화성 형제 엽총 살인 사건들은 과격한 표출이 이제 정도나 규모에 있어서 공공질서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리지나 않을까하는 염려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 현 사회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처절한 전쟁과 고문 역시 분노가 집단으로 결집되어 표출된 결과라는 것을 인류 역사 속에서 충분히 배워 왔던 것이 사실이다. 유태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엄청난 에너지와 응집력을 이끌어 낸 나치의 횡포와 인질들을 무참하게 피로 물들인 광란의 동영상으로 세상을 경악케 한 IS(이슬람 무장단체)의 분노의 광기는 분노의 끝이 어디까지 치달을지 상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황폐화 된 전장에 대하여 행해진 다양한 후속 조치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지 않으면 오히려 복수심에 찬 더한 분노와 증오를 불러일으켜 왔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목격하였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분노조절장애의 근본적 해결책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저녁 밥상 앞에 둘러앉은 한 가족의 웃음 섞인 대화, 산책길에 동반한 아이들의 해말간 미소, 벗과 함께 하는 그윽한 차 향기, 뺨을 스치는 봄날의 따스한 온기에도 감동하는 감사의 마음들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으로부터 싹트는 것이 아닐까? 광폭한 테러의 광기로 빚어진 엄청난 결과도 어찌 보면 미미한 행복의 상실에 대한 불안의 날개 짓이 나비효과로 증폭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분노의 조절이 힘들고 이로 인한 피해가 날로 더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분노의 억제와 조절에 집중한 치유보다는 차라리 분노의 에너지를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동기부여로 승화시키는 데 모든 관심을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분노의 추악한 면을 미학으로 탈바꿈시키는 지혜를 찾아내자는 것이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분노야 말로 온갖 세속적인 고민과 유혹을 몰아내고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이해력을 높이는 원천이라고 고백한 바가 있다. 시민들의 역량을 최고조로 결집해 인류의 역사를 뒤바꿨던 프랑스 혁명이나, 대한민국의 독립 정신의 모태가 된 33인의 독립선언문 서명도 분노의 정당한 활용으로 위대한 효과를 드높인 훌륭한 본보기로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분노의 표출을 정당하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만연된 잔인성, 속임수 이기심, 등으로 무장한 공공의 악을 비판하고 퇴출하여 공공의 선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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