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와 방관의 대가
안주와 방관의 대가
  • 유성훈
  • 승인 2015.04.07 17:12
  • 호수 1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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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학문단위조정 후속조치 기사를 맡으면서 많은 우리 대학 구성원들을 만났다. 하지만 취재를 응한 사람들의 태도는 이전 기사를 다루며 만난 사람들과 같았다. 입주자와 전혀 논의를 거치지 않은 채 집을 지어 공급하는 건축업자, 그리고 자신이 입주할 집의 건축현장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채 입주한 새입주자. 이번에도 기자는 이 두 이해관계의 상충을 돕는 공인중개사 역할을 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인을 파악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쳇바퀴 돌 듯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두 이해관계의 상충을 마주해야 했다.

수도 압력이 약해 배관을 다시 공사해 달라는 새입주자의 요구상황을 예로 들고 보면. 건축업자는 처음엔 수도 압력을 위해 수도꼭지를 바꿔준다는 방안을 내놓지만, 이후에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더 이상의 지출은 적자라며 배관 담당인 배관공과 직접 상의하라고 할 것이다. 새입주자는 건축 분야에 무지해 처음부터 믿고 맡긴 새입주자는 건축업자의 태도에 울분이 터져 소비자 고발센터에 민원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다수가 이러한 문제를 접하면 누가 잘못했고, 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지를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새입주자는 ‘배관 선택 시 왜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는지?’의 근본적인 잘못을 지적하고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며, 건축업자는 ‘수도꼭지를 바꿔줬으니 자금이 생기면 향후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무책임한 논지만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새입주자가 자신의 집 건설 당시 단 한번이라도 방문해 샤워기를 켜보고 변기통 물을 내려 봤다면, 혹은 건설업자가 배관을 선택 시 향후 부작용에 제대로 인지했다면 그리고 그 사실을 새입주자에게 전달했다면 결과는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닥친 지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서로의 부실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 때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 그리고 대학 구성원들의 이야기다. 빠른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고 서로의 잘잘못만 따지며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 모두가 한 가족인 대학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 배려와 이해가 없어지고 있다. 서로를 적으로 내몰며 이 같은 상황만 반복한다면, 결국 대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개구리를 뚜껑이 열린 냄비에 물에 넣고 서서히 냄비를 가열하면, 밖으로 뛰쳐나오지 않고 냄비 속 물의 온도에 자신의 신체를 적응 시키고, 이후 더 이상 생물학적으로 견디기 힘들 때 비로소 배를 보이며 죽어버린다고 한다. 만약 무언가 그릇된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무관하다는 방관의 태도를 가지고 해결하려하지 않는다면, 그저 불행을 자초하는 지도 모른 채 주변의 상황에 자신을 맞춰가는 개구리가 되어버릴 것이다.

유성훈 기자 3214290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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