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의 평가제의 허와 실
사설. 강의 평가제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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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7 17:36
  • 호수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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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얘기는 고전이 된지도 오래다. 1993년 한신대를 시작으로 현재 대부분의 대학이 강의평가제를 시행하면서 학생들도 교수를 배움의 대상만이 아니라 평가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강의 평가제가 본래 대학 강의의 문제점들을 개선하는 한편 학생과 교수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대학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행 대학에서 시행되고 있는 강의 평가제는 질적인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작년 8월 NGO 신문에서 수도권 대학교 117명의 학생들에게 강의 평가에 관련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강의평가 점수를 좋게 주거나 혹은 나쁘게 주는 기준으로 강의의 질적 내용이나 교수의 수업 준비 및 열의를 바탕으로 평가하는 학생들은 응답자들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와 같은 학생들의 강의 평가 방식은 대학사회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강의 평가를 완료해야 성적 확인이 가능한 현행 강의 평가 제도에서 학생들이 성적을 빨리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대충 강의 평가를 하게 되는 것이 부실한 강의 평가 원인중의 하나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방식의 강의 평가 문화는  교수들에게 학생들의 강의 평가 신뢰를 낮게 하고 학생들의 지적에 대한 교수들의 강의 개선에 대한 의지도 높게 나타나지 않게 만든다. 강의 평가제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의 진지하고 객관적인 강의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강의 평가의 내용과 문항이 지극히 단선적이며 양적이라는 점에도 문제가 있다. 대학 교육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비판 의식을 기르는 학문을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강의의 내용이 폭넓고 깊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강의들이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어야 질 높은 강의들이 대학사회에 확산될 수 있다. 약장수가 아무리 약을 잘 팔아도 그 약이 가짜라면 구매자는 속게 된다는 약장수론이 현행 강의평가제를 빗대어 우회적으로 대학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강의 평가의 핵심은 강의의 외적 형식보다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비판의식을 고취시키는 깊이 있는 강의인가를 평가하는 문항의 개발이나 질적인 평가 방식이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강의평가의 문항을 전체 대학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단과대학의 특성에 맞는 문항을 개발해 차별화해 적용해 보는 방법도 강의 평가의 효율성 측면에서 고려해 볼 일이다.


이미 본보 3월 24일자 단대신문에서 학생들의 강의 평가에 대한 실효성에 불만이 크며 교수 강의 평가 결과가 학생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반영되어야 한다는 가사가 보도된바 있다. 대학 사회에 강의평가 제도를 도입한 근본적인 목적이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차제에 학내 구성원들의 여론을 보다 폭넓게  수렴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강의 평가제의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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