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밍아웃⑦ 레고 오타쿠(레고덕)
덕밍아웃⑦ 레고 오타쿠(레고덕)
  • 이용호 기자
  • 승인 2015.05.12 16:15
  • 호수 13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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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블록으로 맛보는 나만의 세계

블록 장난감 브랜드 레고(LEGO)는 수많은 가능성과 창의성을 낳았다. 거의 모든 종류의 브릭과 호환이 가능한 레고는 블록형 완구의 표준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설계도와 부품만 있으면 어떠한 제품이든 만들 수 있다. 레고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주저 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들, 이들을 우리는 <레고덕>이라고 부른다.
권 씨의 방 벽면의 장식장과 선반은 레고로 가득 차있다. 지난 2013년부터 레고를 모으기 시작하면서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한다. 자취로 인해 원룸에서 혼자 살게 되면서 생긴 여유 시간을 레고를 조립하며 보냈다는 설명이다. “레고를 모으게 된 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구매하다보니 장식장을 가득 채우게 됐다”고 뿌듯하게 말하는 그에게 레고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인다.
레고의 매력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다양한 레고 부품을 조립하며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며 방을 채워가는 것은 그에게 큰 보람이 됐다. 레고의 브릭은 다른 블록형 완구 브랜드인 중국의 인라이튼 블록과 한국의 옥스퍼드 블록 등과 호환이 되기 때문에 권 씨는 간단한 브릭이 필요할 땐 옥스퍼드 온라인 구매 사이트(www.oxfordbrickparts.com)를 이용하기도 한다.
일부 레고덕은 레고에 다른 블록 완구를 조합해 조립하는 것이 레고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권 씨는 “완성도 높은 장난감 조립을 위해 브릭을 다양한 블럭과 조합하는 것은 더 훌륭한 레고 예술품을 위한 방편의 일부”라는 소신을 밝혔다.
레고는 한번 나온 제품은 반드시 단종하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아, 재테크 수단으로도 각광받는다. 실제 2008년에 발매된 모듈러 시리즈의 경우 130만 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집에 애물단지처럼 놓인 오래된 레고 제품의 경우도 상태만 괜찮다면, 브릭인사이드(www.brickinside.com)를 통해 작게는 몇 만 원에서부터 몇 십만 원 선까지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레테크’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레고덕이 보여주는 블록 장난감에 대한 열정은 블록 장난감 시장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만의 전유물이었던 레고가 어른들에게도 각광을 받으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충분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어른들이 레고를 위해 지갑을 열면서 레고 장난감의 소비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시리즈가 출시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들의 소비가 장난감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작은 블록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순수한 열정을 향유하는 현대 어른들의 모습을 단순히 ‘덕질’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이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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