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문화in’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각종 문화행사(영화, 뮤지컬, 책, 전시회, 축제 등)를 기자들이 체험한 후 소개하는 코너로, 잠시 폐지됐던 코너를 이번 학기 다시 부활시켰다. ‘문화人 문화in’과 어울리는 소재의 ‘문화바구니’를 통해 관련 문화행사를 더욱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편집자 주>
지난 6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제16회 퀴어 축제’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비슷한 시기에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국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수면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퀴어 열풍’으로 퀴어 문화와 관련된 각종 문화콘텐츠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퀴어 영화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를 만나봤다.
길을 건넌다. 타오르는 푸른색 머리가 눈에 띄었다. 이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고등학생 아델(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은 우연히 레즈비언 바에 간다. 그 곳에서 한 눈에 반했던 푸른색 머리의 미대생, 엠마(레아 세이두)를 다시 만난다. 흔한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처럼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서로가 서로의 일상이 된다. 여느 연인들처럼 아델과 엠마는 사랑을 통해 더욱 성숙된 자신을 발견한다.
개봉 전부터 가감 없는 파격적인 레즈비언 정사 신으로 주목받은 것과 달리, 이 영화는 잔잔하게 전개되는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다. 원제가 <아델의 삶 1&2부>인 만큼 영화는 진행되는 내내 철저하게 아델의 시선을 좇는다. 잔디밭에 누워 엠마를 바라보는 모습 등 아델의 감정 선을 좇아가는 것이 벅찰 만큼 시도 때도 없이 아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들이 연속된다.
영화 중반, 사실상 1부의 끝 장면에서 아델은 자신의 생일파티를 즐기며 푸른색 옷을 입고 춤을 춘다. 그녀의 춤에 맞춰 함께 OST의 후렴구를 흥얼거리게 된다. 아델은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면서 공허함을 뿜어내는 초반과 달리 자유롭고 행복한 모습이다. 엠마로 인해 한층 성장한 아델을 느낄 수 있다.
제목에 걸맞게 각 장면에서 푸른색의 사용도 눈여겨 볼 거리다. 아델은 엠마를 따라 점차 자신을 푸른색으로 물들여간다. 푸른 바다에 누워 넘실대는 물결을 몸으로 받아내는 아델의 모습이 인상 깊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어느 시의 구절이 생각난다. 더 이상 엠마는 푸른 머리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재회한 아델에게 엠마는 이렇게 말한다. “너에겐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 영원히 그럴 거야. 평생 동안” 끝을 알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슬픈 일인가. 애틋한 사람, 이를테면 지나간 첫사랑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그 신비로운 감정을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전달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명확해지는 장면이다.
‘두 주인공은 레즈비언이다’라는 설정을 뺀다면,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명백한 보통의 연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초반에 “사랑엔 성별이 없지, 누구든 찾아봐. 사랑하면 그만, 행복하면 그게 다이지” 라는 대사가 나온다. 대상이 남자인가 여자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무한한 애틋함을 느끼는 사랑에 관한 영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 작품, 179분,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