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리브로⑫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비바! 리브로⑫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 단대신문
  • 승인 2015.09.09 12:38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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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 회화의 숨은 미학을 제대로 깨우쳐주는 스승같은 책

그림을 본다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딱’ 한 폭, ‘딱’ 한 점의 작품에서 작가와 공감을 나누는 일은 영화나 소설과는 다른 집중력과 성찰을 요구한다. 그래도 그 접점을 찾았을 때, 보는 이는 짜릿한 감동과 엄숙한 자성을 하게 된다. 그것이 그림이 갖고 있는 힘이기도 하다. 그 힘을 실감하려면 많이 보고, 오래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말이 그렇지 쉬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특히 수백년이 넘은 전통 회화를 오롯이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려면 길잡이 노릇을 할 스승이나 책이 필요하다. 바로 그 때, 한국 전통회화가 갖고 있는 내밀하면서도 농축된 멋과 맛을 느끼는데 오주석의 책만큼 쓸모있는 책은 없다.


오주석 선생은 2005년 2월에 삶을 마쳤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펴낸 지 2년만의 일이다. 이 책은 죽기 전 자신이 가장 힘을 기울이던 한국 전통 회화의 마음다움을 소개하는 특강 내용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생전의 오주석은 대중 강연에 힘을 기울였다. 그에게 문화란 사람이 사는 보람이고, 그 보람을 찾으려면 문화인, 예술가의 창작 수준 이전에 이를 즐기고, 살필 줄 아는 ‘전체 국민’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전체 국민을 위해 그는 부단히 글을 쓰고, 강연을 했다.


책을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한국의 전통예술에 천착하고, 애정을 쏟았는지 느껴진다. 12년 간의 박물관 큐레이터 생활을 통해 얻은 풍성한 지식, 기자생활을 거치며 얻은 ‘팩트와 대중성’ 중심의 글쓰기 실력이 이 책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김홍도의 <씨름>에서 매치기를 하는 선수들이 어느 쪽으로 쓰러질지 퀴즈를 내며 인물 표정에 숨은 작가의 의도를 읽어 내도록 유도하거나, 조선의 전통적 초상화 표현 기법을 통해 일본문화에 물든 한국화와 문화적 오염을 드러내는 내용 등이 그렇다.


눈이 밝지 못하면 우리 전통 회화의 정체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전통회화는 중국에 비해서는 불끈하는 힘이 있고, 이미지를 순박하게 압축하는 힘이 있다. 일본에 비해서는 경박한 화려함을 멀리하고 진실을 그대로 표현하는 질박함이 있다. 오주석은 이런 안목을 갖도록 대중들을 계몽시킨다. 그의 글은 쉽지만 설득력이 있으며, 과장되지 않아서 오히려 머리 속에 잘 들어온다. 쉽고 재밌다. 그것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이 지닌 힘이다. 우리 전통 회화가 갖고 있는 미덕, 정신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힘이 이 책에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옛 그림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라”, 그리고 “아름답고 진실한 조선의 마음을 느껴라” 그렇다. 우리는 역사를 얘기하다 쉽게 조선의 유약함과 부실한 현실인식을 비난한다. 그러나 그 장구한 역사 뒤에 숨겨진 절제와 해학의 미학은 알지 못한다. 우리의 전통 회화나 예술에 대한 부족한 안목은 결국 부박(浮薄)한 문화 풍토를 낳는다. 이제 우리 안에 숨은 한국 전통예술의 자산을 제대로 살펴보고 오늘의 창작 정신과 이어 붙여야 한다. 부디 많은 이들이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읽고 우리 전통 회화에 대한 애정이 커지길 기원한다.
 

김남필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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