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껍질을 벗겨 꺼내 먹어보자
보기 좋은 껍질을 벗겨 꺼내 먹어보자
  • 김수민 기자
  • 승인 2015.09.22 11:17
  • 호수 1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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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스펙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라면 다들 스펙(Specification의 준말)이라는 말을 최소 한 번 이상은 들어 봤을 것이다. 여기서 스펙이란 학벌·학점·어학 점수·자격증·공모전 입상 경험 등을 의미한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60% 이상이 취업실패의 원인을 스펙의 차이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스펙이 부족해 면접관 얼굴도 못 본다.” “면접을 보더라도 소위 스펙깡패(고스펙자)들 사이에서 기(氣)를 펴보지도 못한 채 면접장을 나오기도 부지기수이다.” 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취업시장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됐다. 바로 ‘탈(脫) 스펙화’이다. ‘탈스펙화’는 기존의 ‘스펙 백화점’식 이력서 위주의 채용방식을 지양하고, 자기소개서, 면접, 인턴십을 통해 실질적 직무수행을 평가해 인재를 뽑는 채용방식을 말한다. 이에 더하여서 “새로운 채용 제도(탈스펙화)는 이전의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라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어 보이는 껍질로 포장까지 되어 출시됐다.

물론 탈스펙화의 본래의 숭고한 의의나 사회적으로 가지는 의미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직 과도기적 성향을 띄고 있는 취업시장의 현실상황과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한번 보기 좋은 껍질을 벗기고 바라보자는 말이다.

올해 상반기 SK에서 학력과 외국어 성적, 수상경험, 심지어 증명사진도 제출하지 않는 ‘스펙 파괴’ 채용을 도입하였고, 삼성은 직무 적합성 평가를, 포스코는 입사 지원서에서 학력과 사진을 삭제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한다. 공기업도 올해 국가능력표준(NCS)을 도입해 서류전형·시험·면접 등을 직무 중심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대기업에는 이미 탈스펙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취업준비생들의 부담과 걱정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정부가 보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민간에서는 줄줄이 설명회를 열어 또 다른 형태의 강좌를 만들고 있다. 결국 NCS 역시 기준만 변경되었을 뿐 똑같이 스펙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직무능력이라는 기준이 모호하고 증명하기 오히려 어렵다는 점이다. 구직자로서는 기존의 스펙을 준비하면 통과할 수 있었던 서류 전형이 이제는 직무연관성을 중심으로 자신 고유의 이야기를 제시해야 통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무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우리나라 기업 상황을 반영해볼 때 직무중심의 이력서는 지원자와 기업 측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보기 좋은 포장을 벗겨보면 탈스펙화가 나아가야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따라서 기업차원에서는 직무 중심 채용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서 취업준비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연계해서 정부차원에서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각 기업의 취업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결정적으로 탈스펙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가 대두된 근본적인 원인인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부처, 기업 관계자, 노동계, 대학 등을 주도하여 적극적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이끌어야한다.
 

나상진(해병대군사·3)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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