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대립으로 확산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
이념 대립으로 확산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
  • 분쟁해결연구센터
  • 승인 2015.09.23 12:48
  • 호수 1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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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장혜지 기자

 


지난 2주간에 걸쳐 다뤘던 군 공항과 전주 35사단 이전 갈등 사례는 기존에는 크게 문제없던 군부대가 도시의 팽창으로 시민들의 생활권과 충돌하게 되면서 일어나게 된 갈등으로 군부대 이전은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그러나 군부대로 인해 시민들이 받는 유·무형적 피해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민관의 폭넓은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었지만, 이전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반면, 오랜 기간 언론을 뜨겁게 달궜고 아직도 완전히 끝나지는 않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은 비 선호시설 유치라는 기본적인 공공갈등의 틀에 안보, 평화, 환경보호 등과 같은 새로운 쟁점들이 뒤섞이면서 우리사회에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온 공공갈등 사례이다.


새로운 해군기지를 제주도에 건설한다는 해군의 구상이 처음으로 표면화 된 것은 1995년이었다. 당초 최적 후보지는 서귀포 화순항이었지만 2002년 해양수산부가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제주도의 의견을 수용해 기지건설 계획은 일단 유보되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 국방부가 해군기지건설을 재추진하였고, 2007년 제주도가 두 차례의 여론조사를 거쳐 서귀포 강정마을을 최적부지로 선정하였으며 국방부가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계획은 구체화되어갔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유치신청 결과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마을총회에서 자체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36표, 반대 680표라는 압도적인 결과가 나옴에 따라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편 제주도는 2008년 제주해군기지를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어 2009년 국방부장관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하는 한편 제주도, 국방부, 국토해양부의 MOU가 체결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반대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반대 입장의 도의회의원들과 연대해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는 한편, 국방부 장관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갈등이 증폭되었다. 2010년 새롭게 취임한 우근민 지사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절차적 문제들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은 일시적으로 완화되었으나 양 측은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고 우근민 지사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어 해군이 공사를 재개함에 따라 갈등은 다시 확대된다. 


이러한 가운데 2009년 체결한 MOU가 제주도와 국토해양부가 가지고 있는 협약서와 국방부가 가지고 있는 협약서의 제목이 상이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른바 ‘이중협약서’ 파동이 일어났고, 이에 대해 국회차원의 조사가 이루어짐에 따라 갈등은 전국적 규모로 확대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는 찬성 측의 입장과 해군기지 존재로 인해 제주도가 주변 강대국들 간의 파워게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반대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등 이념갈등으로 비화된다. 또한, 반대 측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환경보전구역으로 지정된 강정마을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등 생태환경 문제로까지 갈등은 확산되었다. 이후 법적 판단과 정치지형이 변화하면서 반대운동이 추진력을 잃게되고 해군이 공사를 강행함으로써 제주해군기지는 이제 곧 완공을 앞두고 있지만 양 측의 갈등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은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최초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공공갈등 사례와 유사하지만, 군기지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이념갈등으로 확산되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념갈등으로의 비화는 외부세력의 개입을 초래하게 될 가능성을 높여 갈등해결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갈등이 증폭되어 사회분열을 심화시킬 우려마저 존재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이 애초부터 이념갈등으로 전이될 수 있는 폭발성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 또한 다른 갈등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을 등한시함으로써 당사자 간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물론 갈등양상이 외부까지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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