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 피겨 스케이팅 선수 : 빙판 위 한가득 열정을 채우다
이준형 피겨 스케이팅 선수 : 빙판 위 한가득 열정을 채우다
  • 박다희 기자
  • 승인 2016.03.22 21:39
  • 호수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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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 이준형(국제스포츠·2) 선수

금주의 사람

“한국 남자 피겨 열심히 알려야죠”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누구나 될 수 있는 것. 국가대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준형(국제스포츠·2) 선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의 연기는 고작 몇 분에 불과하지만,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장편 뮤지컬을 감상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는 오늘도 프로그램 음악을 연구하고, 4회전 점프를 완성하기 위해 빙판 위를 날아오른다. 지난 1월 28일,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그를 만나봤다.   <관련기사 6면>

 

Prologue.

빙판 위를 날아오르자 비로소 밝아졌다. 푸른 어스름 속 한 줄기 빛이 비치듯, 김연아의 등장은 피겨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을 열광시켰다.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과 함께 피겨 스케이팅까지 세 종목의 탄탄한 부상은 다시금 빙상 강국의 면모를 입증했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연이어 메달을 딴 피겨 퀸으로 떠들썩한 가운데 조용히 정진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남자 피겨’다. 일본의 ‘하뉴 유즈루’, 캐나다의 ‘패트릭 챈’과 같은 세계 선수권에서 활약하고 있는 남자 피겨 선수들의 뒤를 쫓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여자 피겨와는 다른 남자 피겨만의 매력을 꼽으라면, 부드러운 스파이럴 가운데 강단 있는 점프, 놀라운 속도의 스핀 등이 있다.

전국 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1위 2연패, 2014 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금메달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남자 피겨 스케이팅 이준형(국제스포츠·2) 선수. ‘피겨계의 간판스타’가 아니냐는 물음에 부끄러워하며 수줍게 웃던 그였지만, 빙판 위에 올라서자 좀 전의 부끄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음악과 연기에 몰두해 집중하는 국가대표의 모습을 보였다.

국제무대에서 더욱 한국 남자 피겨를 알려 ‘구국’을 실현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친 그를 지난 1월 28일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전국 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1위, 2연패를 달성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좋았다.

대회 직전에 부상을 당했다. 스케이트 날에 오른쪽 정강이를 찔려 8바늘을 꿰맸다. 강도 높은 훈련에는 무리가 있어 연습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크게 부담 갖지 않으려 마음을 비웠다. 실제 경기에서도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와 뿌듯했다.

▶이번 갈라쇼에서 한국적인 부채춤이 인상 깊었다. 국제무대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한다면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부채춤은 무용 선생님이 추천해줬다. 여자 피겨는 김연아 선수 덕분에 많이 알려졌지만 남자 피겨는 스포츠 종목으로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런 종목도 있다는 걸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남자 피겨 스포츠 스타가 많이 나오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같은 대회 여자 피겨에서 1위한 유영 선수가 바뀐 규정으로 인해 국가대표 태극 마크를 반납하고, 태릉선수촌 빙상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사태가 있었다. 본인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나.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런데 국가대표인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크다. 당연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대표 선수가 아니라면 링크 장을 대여해서 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상을 당했을 때 치료비용도 자비로 충당해야 하고,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오로지 선수 개인의 투지로 일궈내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훈련하는 것을 보니 모든 선수가 동시에 한 링크 장 위에서 연습을 하던데 불편하지는 않나. 다소 열악한 훈련 환경이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부터 다른 선수들과 다 같이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불편함 없이 익숙하다. 같이 스케이트를 타면 선의의 경쟁도 하게 돼서, 오히려 더 도움이 되는 편이다. 때로는 서로를 보면서 스케이트 기술이나 감정 연기를 점검하기도 한다.

▶다른 선수들 보다 ‘이것만큼은 내가 뛰어나다’ 하는 것이 있을까.

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고, 음악 분석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영화 음악을 프로그램으로 만든다면 영화를 경기 직전에 보고 들어간다. 장면을 기억하면서 스케이트를 타는 편이다. 피겨 기술을 잘 소화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얼마나 매끄럽게 스케이팅을 하는 가도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 사진제공: 대한빙상경기연맹 ▲ 제70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수상자 기념사진

▶피겨는 감정 연기가 중요하다 들었다. 본인만의 비결이 있나.

평소 뮤지컬을 좋아하고 자주 보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이다. 연기할 때 스토리가 있어야 표현하기가 쉽다. 프로그램에서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면 스토리가 없어 표현하기에 조금 어려운 반면, 뮤지컬은 실제 배우들의 연기가 묻어나있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서 내 감정을 프로그램에 어떻게 담아낼까 고민한다.

▶그래서 팬들이 본인의 프로그램을 보고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다’ 하나보다.

팬들의 애정 어린 시선에 감사하다.(웃음) 뮤지컬 넘버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을 좋아해서 14-15 시즌 프리 프로그램이었던 ‘오페라의 유령’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뮤지컬 넘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다. 최근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봤는데 <겟세마네>가 정말 좋더라. 아, <물랑루즈>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괜찮겠다.

▶공연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피겨 선수를 하지 않았다면 분명 공연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을 거다. 아무래도 예술적 기질이 있는 것 같다. 피겨 대표팀 훈련으로 무용 수업이 처음 생겼을 땐 ‘뭐 이런 걸 배우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재밌다. 그래서 이번 갈라쇼 같은 무대도 만들었고. 피겨 선수에서 은퇴한다면 안무가를 할 것이다.

▲ 사진제공: 올댓스포츠

▶그래도 피겨가 본인의 전부이지 않나.

물론이다. 피겨가 내 인생이다. 피겨 코치였던 어머니 덕에 어려서부터 스케이트를 신었다. 본격적으로 피겨를 한 것은 일곱살 무렵이었다.

피겨의 매력은 스포츠임에도 예술적인 부분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스케이트를 신고 얼음 위에서 기술을 구사하는 것도 좋지만 내 감정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다.

▶진부한 질문인 것 같지만, 본인에게 ‘국가대표’란 어떤 의미인가.

내 피겨 인생에서 ‘국가대표’를 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가 훈련하는 곳, 함께 하는 친구들과 코치 모두 국가대표이기 때문이다.

대표팀 훈련을 하면서 무용 같이 관심 분야가 새로 생긴 것도 있고, 국가대표는 나에게 많은 것을 얻게 해줬다. 그렇지만 국가대표가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자기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동계 스포츠 선수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올림픽이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축제인 만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 자주 오지 않는 기회 아닌가. 물론 누가 선수로 출전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전에 동요하지 않는 마음으로 내 실력을 갈고닦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평창올림픽이 남자 피겨를 알리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앞서 오는 28일부터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가 열리지 않나. 국가대표로서, 또 개인적으로도 순위에 욕심이 있을 것 같은데.

지난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자신감이 좀 생겼다.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순위 욕심이야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종합 18위였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4회전 점프의 성공률을 높여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접할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항상 자기가 가는 길에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마음가짐과 행동을 한다면 그 만큼의 보답을 받는 것 같다. 모두들 힘냈으면 좋겠다.


*관련 영상은 D-Voice <단국人터뷰> 8화 (3월 14일 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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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15163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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