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지하철 여행 3. 3호선 경복궁역
나 홀로 지하철 여행 3. 3호선 경복궁역
  • 박다희 기자
  • 승인 2016.03.29 16:20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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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낭만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지!

‘나는 봄이고/ 그대는 꽃이야/ 그래서/ 내 눈 속이 온통 그대지 (이지현,「우리는」中)’ 

이런 마음 간질간질한 말이 귓가에 와 닿는 계절, 바야흐로 봄이다. 헐벗었던 나무는 하나둘 꽃망울을 터뜨리고 거리 곳곳에는 봄 캐럴이 울린다. 겨우내 ‘침대 밖은 위험해’라며 은둔하던 집돌이, 집순이들이여! 둘둘 말고 있던 이불을 내던지고 밖으로 나가보자.

웅크렸던 몸을 펴고 어기적거리며 집 밖으로 나왔는데 갈 곳이 딱히 없다면? 지하철 3호선에 몸을 맡겨보자. ‘이번 역은 경복궁, 경복궁역 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 3번 출구로 나오면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서촌’답게 쌍쌍이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당당하고 화려한 홀로족. 당황하지 않고 약 200m 정도를 직진해 버스(7022·7212·1020번)를 탄다.

십분 남짓 버스를 타고 달리다보면 첫 번째 미션장소인 부암동 ‘윤동주문학관’이 보인다. 우리에겐 초등학교 시절 ‘한컴타자연습’의 「별 헤는 밤」으로 더 친근할지 모를 시인 윤동주를 기리기 위해 만든 전시관이다. 제1전시실에는 윤동주의 생전 육필원고가 전시돼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정각부터 15분 간격으로 시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을 상영하니 시간 맞춰 관람해보자. 지난달 개봉한 영화<동주>로 최근 문학관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한다. 전시 시간은 10시에서 18시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윤동주문학관의 별미는 문학관 위쪽에 있는 ‘시인의 언덕’이다. 아담한 산책로를 오르면 탁 트인 도심의 전경과 저 멀리 남산타워도 보인다. 햇볕이 따뜻하고 바람이 살랑이지만 외로움에 사무칠 틈이 없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다음 미션장소를 향해 다시 서촌으로 내려가자. 뒷받침할 체력과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면, 걸어가는 것도 좋다.

두 번째 미션 장소는 바로 ‘옥인상영관’. 종로구 옥인동 47-17에 있는 독립영화 상영관이다.

▲ 옥인상영관

올해 첫 영화제는 ‘또떼미즘-박소담 특집’으로 배우 박소담이 출연한 네 편의 단편을 모았다. 이번 영화제는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주말마다 일 3번(13,15,17시) 상영한다. 입장료는 5천원.

옥인상영관을 다녀와서 영화에 관심이 생겼다면 영화 잡지를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세 번째 미션 장소는 ‘더북소사이어티’다.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으로, 비정기적인 예

▲ 더북소사이어티

술문화행사도 겸한다. 낮 1시부터 문을 여니 참고하자. 더북소사이어티에 가서 볼만한 추천 잡지는 ‘영화잡지 아노(Anno)’. 시대 불문, 주목할 만한 영화에 대한 비평 전문지다. 잡지를 사 들고 근처 카페에 가는 것도 괜찮다. 서점 바로 건너편에 있는 ‘MK2’. 비엔나커피가 맛있다.

자신만의 공간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나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침대에 앉아 멍하니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기엔 이 계절이 아깝다. 혹 함께할 사람이 없어 망설이는가. 지하철 3호선은 홀로족에게 안성맞춤이다. 혼자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을 떨쳐버리고 3호선 여행을 떠나자! 풍성한 볼거리가 당신의 봄날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다.

/한/줄/정/의/ 

나 홀로 여행이란 ‘계절에 녹아드는 것’이다.

박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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