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대사를 만나다 2. 주한 덴마크 대사 '토마스 리만'
북유럽 대사를 만나다 2. 주한 덴마크 대사 '토마스 리만'
  • 권혜진·윤영빈 기자
  • 승인 2016.03.29 17:05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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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시민 간 신뢰로 이뤄낸 탄탄한 복지정책

“덴마크 시민의 ‘복지 DNA’가 만들어낸 기적”

■주한 덴마크 대사 토마스 리만(Thomas Lehmann)
   -2003년 주 스웨덴 덴마크대사관 공사 참사관
   -2007년 덴마크 외교부 유럽연합 조정부처 차장
   -2010년 덴마크 외교부 유럽연합 조정부처 부장
   -2014년 9월~현재 주한 덴마크대사관 대사

오늘날 덴마크는 ‘성공적인 복지국가’라는 평을 받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유엔 자문기구 SDSN이 발표한 2016년 세계 행복 보고서에선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젊은이들의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덴마크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취업걱정과 경제적 부담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이 많은 ‘N포 세대’들은, 청춘을 둘러싼 여러 가지 압박에서 벗어난 바람직한 청년복지사회를 꿈꾼다. 우수한 복지국가로 인정받는 덴마크. 지난달 12일, 서울시 용산구 남산체육관 가까이 위치한 주한 덴마크 대사관에서 토마스 리만 대사(이하 대사)로부터 직접 ‘살기 좋은 나라’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필자 주>

세계가 인정한 선진복지국가
덴마크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이민가고 싶은 나라’로 많이 손꼽는 나라 중 하나이다. 현대 사회에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북유럽국가들의 성공 요인을 본받고 복지제도의 올바른 방향을 찾고자 하는 나라 또한 늘고 있다.

사실 덴마크를 포함한 북유럽 국가들의 우수한 복지정책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부분 100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시민의 희생과 국가차원의 노력을 거쳐 완성됐다.

대사는 “덴마크는 시민 모두가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한다. 모든 이들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시민의식 또한 형성됐는데, 이러한 인식은 시민뿐만 아니라 고위급 정치인과 고용주 등 사회 구성원 전반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려있다”고 말했다.

물론 복지의 대가로 치러야 할 개인적인 희생에 대한 불만도 존재하지만, 덴마크의 시민은 그보단 현재의 복지수준을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중시한다. 그만큼 국가로부터 안정감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이처럼 수십 년 동안 안정적인 복지정책을 유지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대사는 “바람직한 복지가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도록 갈망하는 덴마크 시민들의 단결력이 이뤄낸 결과”라고 답했다.

바람직한 복지제도를 갖추기 위해선 국가와 시민 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덴마크 또한 지금과 같은 믿음이 형성되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현실적으로 국민의 희생이 뒤따랐다. 하지만 덴마크 시민에겐 그에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가 다수의 행복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대사는 “덴마크 국민은 상당히 높은 세금을 부담하지만 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거나 부당함을 호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가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사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복지정책이 결코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발전과 변화는 항상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높아지는 복지수준만큼 시민들이 감내해야할 희생과, 현재의 복지지원이 고령화 사회에서도 적용 가능한지의 여부가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덴마크는 최우수 복지국가임에도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성찰과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대학생 위한 경제지원·참여교육 이뤄져
덴마크 대학생의 학비는 무상이며 매달 국가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부모와의 거주 여부나 자취를 하는지 등을 고려해 차등지급되며, 대략 100만원 남짓을 지급받는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지만 경제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지원제도 덕에 학생들은 더욱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대학생을 지원하기에는 국가차원에선 상당히 큰 부담이다. 최근에는 예산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학생들의 학습권과 수업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지원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부담감 외에 평소의 대학생활은 우리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사는 “덴마크에선 교수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강의가 없다”고 답했다. 질문과 성찰을 통해 학생 스스로의 문제 해결력을 높이고 도전의 중요성을 심어주는 수업들로 이뤄져 있다.

덴마크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모임과 사회적 활동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는 교육의 사회적 측면을 유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활발히 운영된다. 단순한 주입식 강의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교류를 통한 ‘참여교육’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그 목표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나라
덴마크는 남녀 차별이 전혀 없는, 성 평등이 보장된 나라다. 기업의 경영진이나 이사회와 같은 고위층 또한 여성의 분포가 상당하며 보수나 월급도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지급된다. 또한 덴마크는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으며 그 외 정치적 입장, 피부색에 따른 차별도 없다.

성 평등을 비롯해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덴마크에 매력을 느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민을 택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덴마크의 입장은 어떨까. 대사는 “이민자들의 국적에 따른 차별이나 편견은 없지만, 단순한 복지정책만을 희망하고 이민을 원하는 사람을 모두 수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안타까워했다.

덴마크로 이민을 결정한 사람들은 진정성을 갖고 덴마크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덴마크 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대상이 될 것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볼거리의 천국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에게 북유럽 국가는 꿈에 그리는 배낭여행지다. 덴마크로 여행을 떠나려하는 많은 청춘들에게 대사는 ‘코펜하겐’을 강력히 추천했다.

코펜하겐은 덴마크의 수도로써 북유럽의 전통을 담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연지형들이 만들어낸 볼거리 또한 풍부하다. 또한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일 만큼 자전거도로가 발달돼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즐기는 여유도 누려볼 수 있다.

축구에 관심 있는 이들 역시 코펜하겐에 만족할 것이다. 덴마크 리그의 최강 팀 ‘코펜하겐FC’의 홈 경기장이자, 덴마크 국가대표팀의 축구장인 파르켄 경기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여행과 축구 경기장은 한국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지만, 북유럽 국가 덴마크의 자연 속에서는 색다른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한국 대학생들이여,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라!
인터뷰를 마치며 대사는 한국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경쟁력 있는 교육방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 스스로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믿음을 갖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취업시장에서 허덕이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한국 대학생의 입장에선 매우 인상적인 메시지였다. 기사를 접할 독자들 역시 대사의 말을 듣고 스스로가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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