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신상 공개와 우리의 의식
흉악범 신상 공개와 우리의 의식
  • 전경환 기자
  • 승인 2016.03.30 23:37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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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대승적 합의


국내에서 흉악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슈가 있다. 바로 흉악범에 대한 신상공개 문제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TV에서 범죄자가 모자, 옷 등을 이용해서 자신의 모든 신체를 가리고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고 있다.


분노의 결과는 신상공개라는 논의를 낳았다.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하는 측의 입장은 흉악범을 공인으로 인식해 신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신상공개를 반대하는 입장은 흉악범의 인권, 범죄자의 재범률 증가, 연좌제 문제 등을 근거로 말하고 있다.


이 문제는 찬성(46.7%), 반대(53.3%)(법률신문, 국내 헌법학자 30명 대상 설문조사)로 팽팽할 만큼 학계에서도 결정하기 어려운 논쟁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사회가 흉악범에게 가지게 되는 분노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는 공익적 차원에서 깊은 논쟁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민들이 흉악범에게 가지는 일시적인 관심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공적 측면에서 사회에 흉악범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대승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덴마크에는 ‘열린 감옥’이 있다. 열린 감옥은 말 그대로 열린 감옥이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옥에 대한 기본 상식을 깨버린다. 감옥이라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담장은 물론이며, 신고만 한다면 도심 한복판의 학교에서 수강도 가능하며, 심지어 남녀 수감자들 간의 연애도 가능하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어려운 이런 형태의 감옥을 덴마크가 도입한 이유는 뭘까? 덴마크가 이러한 감옥을 도입한 이유는 수감자를 더 나쁘게 또는 더 좋지 않은 상태로 내보내는 것은 재범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닫힌 감옥 출소 후 재범률이 50%지만 열린 감옥의 재범률은 28%였다. 물론 이러한 사례를 흉악범에게 대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제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흉악범의 신상공개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다. 사실 국내 여론은 사법부가 범죄자에게 죗값에 맞는 형량을 부여해준다고 생각하는 비중이 작다. 법원의 전반적인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 약 58%의 사람이 불신한다고 말했으며, 재판 결과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약 70.6%의 사람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법원 신뢰도 대국민 여론조사) 사법부가 정상적으로 역할을 한다면 흉악범 신상공개에 좀 더 객관적으로, 대승적으로 대중들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흉악범의 신상공개는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가해자의 인권, 국민의 알 권리, 피해자 가족의 후유증 등 많은 문제가 엉켜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문제는 사회의 대승적인 합의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대승적 합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고길현 (경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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