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쉬어 매드니스 - 보라! 기억하라! 말하라!
<연극> 쉬어 매드니스 - 보라! 기억하라! 말하라!
  • 박다희 기자
  • 승인 2016.05.10 19:35
  • 호수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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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124

“지금부터 당신은 여기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당신이 우연히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된다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라!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만들어질 것이다. 관객을 목격자로 만드는 독특한 연극을 소개한다. 예매율 상위권을 달리며 꾸준히 흥행몰이를 하는 <쉬어 매드니스>를 보러 가보자.     <필자 주>

사건은 미용실 ‘쉬어 매드니스’에서 시작된다. 조금 괴상하지만 활기찬 이 미용실의 위층에서 왕년에 잘 나가던 피아니스트 ‘바이엘 하’가 죽은 채 발견된다. 용의자는 사건 당시 쉬어 매드니스에 있던 네 명. 먼저 쉬어 매드니스의 주인 ‘조지(조호진)’는 평소 바이엘 하의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며 자주 화를 내곤 했다. 반쯤 정신 나간 채로 화를 내는 그는 급기야 피아노 소리가 시끄럽다며 위층으로 뛰어 올라간다. 조지가 정말 바이엘 하를 살해한 범인일까? “그게 말이 돼요? 그날 그냥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두 번째 용의자는 쉬어 매드니스의 미용사 ‘수지(장미숙)’다. 매력적인 외모덕에 미용실에 오는 손님 모두가 그녀를 좋아한다. 70살 먹은 노인네 바이엘 하조차도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살가운 눈빛 뒤에 감춰진 그녀의 본 모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죽은 바이엘 하를 가장 처음 발견한 그녀. “내가 자기 시체를 발견하게 만든 거야! 내가 자기를 죽인 것처럼 꾸민 거라고요.”

다음 용의자는 바이엘의 단골집 골동품 판매상인 ‘오준수’다. 바이엘 하를 만나기 전, 머리를 하러 쉬어 매드니스에 들렀다. 그런데 그와 수지가 주고받는 눈빛이 수상하다. 아니라고 발뺌하지만 알던 사이임이 분명하다. 이후 오준수는 용의자 네 명 모두의 무죄를 주장하는데…. 과연 그가 생각하는 범인은 누구일까? “우리 중에 범인은 없습니다. 멀쩡한 사람이라면 어차피 늙어 죽을 노인네 목에 가위를 꽂진 않죠.”

▲ 워밍업 공연 중인 배우들

마지막 용의자는 쉬어 매드니스의 단골, 부잣집 사모님 ‘한보현’이다. 여행을 가기 전 잠시 들른 미용실에서 살해범으로 몰린다. 이 미용실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미스터리한 사모님의 정체가 궁금하다. “아냐,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했어.” 

사건이 발생하자 형사는 이 네 명의 용의자를 수사한다. 연극의 흥미로운 점은 관객이 목격자가 된다는 것이다. 용의자들이 쉬어 매드니스에 모인 후부터 죽은 바이엘 하가 발견될 때까지 벌어진 일들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의심 가는 것을 짚어내고, 궁금한 점을 배우들에게 질문한다. 극의 말미에는 범인을 직접 투표해 엔딩을 만든다.

매번 다른 엔딩을 모아보는 재미가 있는 연극 <쉬어 매드니스>! 앉아서 수동적으로 웃기만 하는 연극이 질렸다면 연출 혹은 배우가 된 기분을 즐길 수 있는 이 연극을 보는 것은 어떨까. 시작 10분 전부터 워밍업 공연을 하며, 인터미션에는 극중 형사로 등장하는 배우가 극장 로비에서 관객들로부터 수상한 점을 제보 받는 신선한 이벤트도 있다. 자, 그럼 이제 예매 창을 누르자. 대학로 콘텐츠박스, 전석 3만원, 오픈런.

박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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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15163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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