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탐구⑬ 뒷모습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l승인2016.11.22l수정2016.11.22 16:22l1419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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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모습>이 수록된 BMK의 ‘Soul Food’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진짜 멋진 사람’이라 했던가! 앞모습은 치장해서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꾸밀 수 있지만 뒷모습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때로 뒷모습은 그 사람이 먈하지 않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내 뇌리에 깊게 남아있는 뒷모습은 ‘어머니의 뒷모습’이다.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와 함께 버스에 탔다가 어머니 먼저 버스에서 내린 적이 있었다. 차창 밖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가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무심코 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었다. 그리고 다짐했었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지켜드리겠다고.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고. 그 뒤로 나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볼 때가 많다. 때로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그 사람을 위해 말없이 축복을 빌기도 한다.


대중가요도 ‘뒷모습’에 주목했을까? 사람 사는 일이 언제 어디서나 비슷해서 누구든 누군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도 했을 텐데, 1970년대까지도 제목에 ‘뒷모습’이 나오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가사에는 등장했겠으나 편의상 제목만 뒤져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1969년에 신세기레코드에서 발매한 패티김의 독집 음반에 <뒷모습>이 실려 있을 뿐이다. 길옥윤이 작사하고 작곡한 이 노래는 패티김이 길옥윤과 함께 불렀던 노래이기도 하다. 이 노래는 “푸른 달빛 아래서” 이별한 두 사람의 “쓸쓸한 뒷모습”을 노래했다.


이어서 ‘뒷모습’이 대중가요 제목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80년대부터가 아닌가 한다. 정호승의 시에 최종혁이 곡을 붙여 이동원이 노래한 <이별 노래>에는 ‘뒷모습’이 나온다. 1984년에 발매된 이동원 음반 하단에도 이 노래의 노랫말 중 “그대의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가 적혀 있다. 절절한 사랑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이별 노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고 여전히 어디선가 종종 들려오는 노래이기도 하다.


1980년대 노래 중 ‘뒷모습’이 나오는 노래로 조덕배의 <뒷모습이 참 이쁘네요>도 들 수 있다. 뒷모습이 예뻐서 그녀의 앞모습까지 기대하는 화자의 말로 이뤄진, 조금은 경쾌한 이 노래는 2010년에 발매된 ‘조덕배 25주년 기념앨범’인 「The Artist」에서 ‘검정치마’가 다시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박강성의 <그대 뒷모습에 비는 내리고>, 방미의 <뒷모습>, 이미배의 <사랑의 뒷모습>, 해바라기의 <내 뒷모습>, 박경애의 <너의 뒷모습>, 이현우의 <그대 뒷모습에>, 변진섭의 <너의 뒷모습>, 봄여름가을겨울의 <혼자 걷는 너의 뒷모습>, 백영규의 <그때 뒷모습>, 김연숙의 <사랑의 뒷모습은 언제나 쓸쓸해요> 등이 모두 노래 제목에 ‘뒷모습’이 나오는 1980년대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이러한 노래들은 대체로 이별 후에 바라본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그리고 있다.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그만큼 미련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련이 없다면 굳이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유독 ‘뒷모습’이 많이 등장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으나 1980년대에 ‘뒷모습’이 갑자기 많이 나온 것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뒷모습’은 종종 대중가요에 나타났다. 나윤권의 <뒷모습>, 동방신기의 <뒷모습>, 김동률의 <뒷모습>, 윤종신의 <뒷모습>, 안재욱의 <뒷모습>, 김정훈의 <後姿(뒷모습)>, 규현의 <뒷모습이 참 예뻤구나>, ‘지 타이거’의 <아버지 뒷모습>, BMK의 <뒷모습>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어떤 여성의 뒷모습이 좋아서 그녀를 쫓아가며 그녀의 앞모습을 상상하는 동방신기의 <뒷모습>과, 작아진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지 타이거’의 <아버지 뒷모습>을 제외하면 헤어진 연인의 뒷모습을 그린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불안하고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는 요즘에 유독 ‘뒷모습’을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앞모습만큼 뒷모습도 챙겨야 한다. 그런데 아름다운 뒷모습은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그렇게 마음을 비울 때야 비로소 선물로 받게 되는 것이다. 탐욕과 오만과 불손과 거짓으로는 결코 아름다운 뒷모습을 가질 수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한발 한발 죽음에 다가가는 것을 의미하며, 죽음이란 최종 목적지에서는 누구든 그 무엇도 가져갈 수 없다. 돈, 권력, 명예 등이 부질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삶, 그때 미련과 아쉬움과 후회와 회한이 적게 남으려면 버리고 비우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때로 뒷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형기의 <낙화>처럼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말이다. 그러니 부디 우리의 뒷모습이 초라하고 누추하고 거짓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전히 모든 것을 붙들고 있는 그대의 뒷모습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면 나는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대의 뒷모습에조차도 축복을 빌어 줄 테니….


장유정 교양학부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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