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

김익재 기자l승인2017.03.14l수정2017.03.14 21:06l1422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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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우리는 다양함을 넘어서 복잡한 세상 속을 살아간다. 그에 따라 짊어지고 나아갈 짐들에 더욱 어깨가 무겁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오히려 가진 것을 버리고 내려놓자며 외치는 사람이 있다. 뜨겁게 불타는 사막과 매서운 칼바람이 이는 극지를 뛰어다니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무인도를 수시로 드나든다. 혹자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살아가는데 힘든 일이 부족하냐”며 날 선 어투로 조롱할지 몰라도, 그 속에서 인생을 배워나간다고 하는 그의 진짜 속내가 궁금하다. 지난 7일 ‘무인도에 갈 때 당신이 가져가야 할 것’의 저자이자 현 무인도 테마연구소장 윤승철 씨를 만나 그의 짙은 인생 이야기를 나눠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현재 무인도 테마연구소장 이자 ‘섬 청년탐사대’를 운영하는 윤승철이다. 반갑다.

▶ 최연소 사막 레이스 그랜드 슬램 달성자이다. 왜 수많은 장소에서 사막을 선택했나.
어릴 적 어린 왕자를 보고 사막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다. 하늘을 수놓은 별들과 사막여우가 있을지도 궁금했고 넓고 끝없는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문예 창작학과 재학 중 소설 창작 과제를 구상하던 중 문득 흩날리는 모래 언덕 속 희미한 나의 실루엣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소설 속 주인공이 한 번 돼보자는 다짐과 함께 도전을 시작했다.

▶ 무인도 테마 연구소는 생소하다.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극한에서 생존을 경험해보는 무인도체험 탐험대를 이끌고 있다. 섬에 들어가기 힘들 때는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에서 무인도 상황을 가정하며 살아남는 생존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생소한 만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사실 무인도는 보드게임 블루마블을 하면서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하다가 무인도에 걸리게 되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하나의 판에서 돌고 도는 쳇바퀴 같은 우리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누군가의 땅과 그 자리를 뺏는 싸움이 없는 그곳이 좋았다. 무인도에서 쉬면서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를 얻고 싶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2천 개나 되는 무인도가 정말 사실인지 실제로 궁금하기도 했다.

▶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자금 마련을 위한 특별한 미션을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사막 레이스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6가지 미션을 하는 조건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첫째는 사막 레이스 도중 유리병 속에 모래와 빙하조각을 넣어 보내주겠다, 둘째는 사람들이 잊고 싶은 기억을 듣고 대신 사막에 묻어두겠다,  셋째는 사막의 모습이 담긴 감사 영상과 함께 엽서를 만들어 보내겠다,  넷째는 항상 기부자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패용하고 달리겠다. 다섯째는 기부자 이름으로 사막에 나무를 심겠다, 여섯째는 다녀온 후 마라톤 코치를 하겠으며 사진전에 초청하겠다는 미션이었다.

▶ 사막과 무인도,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다.
일단 두 곳 모두 자연 속에 오롯이 ‘나’라는 존재 혼자다. 저녁 하늘의 별이 아름답고 고요함 속 홀로 생각에 잠기기 쉽다. 하지만 여전히 척박하고 생존해야 하는 곳이다. 사막은 끝없는 지평선과 모래언덕 사이 고립되어 있고 버려진 존재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무인도는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 눈앞에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동식물들이 함께 있다.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재미있는 일이 많았을 것 같다. 하나만 소개해달라.
불 피울 때 7시간 걸린 기억이 난다. 포기하려 하면 연기가 피어오르니 정말이지 애가 탔다. 그리고 너무 목이 말라 코코넛 나무에 올라가려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워서 몇 번을 포기했다. 시간이 갈수록 정말 ‘이게 아니면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랬더니 힘이 나더라. 정말 간절함의 힘은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코코넛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내려가려니 다시 무섭더라.

▶ ‘재미’보다는 어려웠던 경험이 맞는 듯하다. 어떻게 극복했나.
위기가 찾아올 때 오히려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 역시도 그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꼭 필요한 시간이다. 어려움이 다가올 때마다 지도에 나만의 발자국을 남겨가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나아가면 된다. 이런 경험들이 오히려 삶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 요즘 오지나 사막같이 힘든 장소가 새로운 여행지로 주목 받고 있다.
기존의 정해진 답이 아닌 새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모하게 가는 것은 반대한다. 넓은 사막과 오지가 주는 모험심과 도전의식은 만만하지 않다. 나 역시도 여행 전 많은 준비를 하고 간다. 현지에 가서도 야생에서 음식을 습득하는 방법부터 비상시 대비상황까지 엄청난 준비가 요구된다.

▶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 같다.
힘들고 어려움이 가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돌아오면 오히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이 더 척박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곳보다는 지금의 일상이 좋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만의 시간, 사막과 무인도에서 항상 부족했던 경험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지금 눈앞에, 내 옆에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 혹독한 이 세상에 ‘자신만의 섬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어떤 일에 치이고 바닥까지 내려갔다고 느낄 때는 나 홀로 생각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재충전을 통해 내가 다시 나로 돌아오는 곳, 다시 올라갈 수 있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 모험가와 작가의 사이 ‘윤승철’이라는 이름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오히려 하나의 무엇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한 가지가 아닌 다양하게 유기적인 연결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사막이 무인도를 끌어오듯 매 순간의 도전이 또 다른 도전을 가져온다. 그 끝에는 내가 무엇이 되어있을지 궁금하다.

▶[공/통/질/문] 본인을 표현하는 색깔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황색이다. 지금까지 너무 붉은색처럼 진하게 살아왔다면 지금은 약간 쉬어가는 느낌, 혹은 준비된 상태의 사람이고 싶다. 운전 중 신호등에도 주황 불이 들어오면 다음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처럼 언제든지 다시 초록 불이 된다면 다시 뛰어 올라갈 것이다.

▶자신의 꿈을 좇기를 주저하는 독자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 해달라.
일단 한번 시도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저것 많이 해보며 탐색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하고, 관심 있고 호기심이 생긴다면 배우고 공부해보길 바란다. 그 마지막에는 애매함을 넘어서 자신이 좋아서 미칠 수 있는,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 만큼 완벽한 몰입을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으면 한다. 


<Epilogue>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옅은 미소 속에 지금껏 걸어온 길에 대한 진한 열정이 가득했으며 행복함이 가득 찬 눈빛은 정말 바라던 일을 하고 있음을 대변해 주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좋아하는 것을 당차게 털어놓던 어린 시절 나의 순수함이 문득 스쳐 간다. 그리고 묻는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려는 욕심과 요구 속에 과연 ‘나’는 존재했는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과 고민을 견뎌낸 적이 있었는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지하철 안. 창밖에 잔잔히 그리고 묵묵히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그 표면에 ‘나’를 띄워보았다. 끝없는 표류 끝에 닿을 나만의 무인도를 상상하면서.    


김익재 기자  3213105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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