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할지언정 무기력 하지 않으려하는 이들

헤어드라이어 .l승인2017.03.21l1423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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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고심 끝에 헤어드라이어를 든 사람들이 있다. 형광 조끼를 입고 한 손에는 자동차들을 향해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있는 이들은 영국 스코틀랜드 머리(Moray) 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차를 비추는 까닭은 마을 내에 과속하는 차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피드건과 비슷한 헤어드라이어를 비춤으로써 운전자들의 경각심을 조금이나마 일깨우고 과속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 끝에 결국 그들은 경찰과 지방 정부 당국의 단속 논의를 끌어냈다.


◇필자에게도 그런 헤어드라이어 같은 존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시선이다. 종종 보행자 신호에도 우회전하는 차량, 무리한 꼬리 물기를 하다 횡단보도 한 가운데 갇힌 차량의 운전석에 보내는 불편한 시선이 바로 필자의 헤어드라이어다. 잠깐의 시간이지만 운전자에겐 경각심을, 나에게는 나를 돌아보는 작은 반성의 시간이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교내에 있는 불합리한 일에 대해 제보를 하는 방식으로, 어떤 이는 이러한 글에 ‘좋아요’ 클릭과 댓글을 다는 방식 등을 통해 자신만의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신만의 헤어드라이어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인간이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유기체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의 참여와 본보기가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작은 출발점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소식은 서로에게 힘이 되고 행동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머리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반가웠다.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 피에르 라비는 자신만의 헤어드라이어를 든 이들을 벌새에 비유했다. 벌새는 숲에 큰불이 나면 우왕좌왕하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부리로 물을 길어 나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는 무력할 수 있으나 무기력해지면 안 된다. 이 시간에도 무력할지언정 무기력하지 않으려 힘쓰는 그들을 응원한다.

 

<彬>


.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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