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보는 한국과 헝가리의 교류사04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 학자: 쇠베니 얼러다르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l승인2017.03.28l수정2017.03.30 09:52l1424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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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돌 앞의 쇠베니 얼러다르(초머 모세 교수 제공)

2차대전 이후 한국과 헝가리 사이의 거리는 공간적인 거리에다 이념적인 거리가 더해진다. 양국 사이에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이 풍자한 ‘철의 장막’이 드리워진 것이다. 

 

헝가리는 1차대전 패전 이후 1920년 트리아농 조약으로 전 국토의 70%와 전 국민 60%를 상실했다. 이때 ‘드라큘라’의 성이 있는 트란실바니아가 루마니아에 편입됐다. 이런 비참한 상황에서 헝가리는 영토 회복을 위해 나치 독일에 협력을 하게 된다. 그러나 헝가리는 독일의 야만성과 패전 가능성을 예측하고 연합군과 비밀 협상을 하다가 발각돼 독일군에게 점령됐다. 1944년 소련군은 헝가리에서 독일군을 격퇴하고 스탈린주의자 라코시 마챠시를 지도자로 내세웠다. 한국과 헝가리 사이에도 38선이 그어진 것이다.


라코시의 헝가리는 1950년 6.25 전쟁 때 의료진을 파견하거나 전쟁고아들을 받아들이는 등  북한을 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부다페스트에 북한 학생들을 위한 김일성 초등학교가 설립되기도 했다. 


이때 북한 학생을 가르친 교사가 쇠베니 얼러다르(1914-1980)였다. 원래 쇠베니는 일본학 연구자였다. 하지만 북한 학생들과의 만남은 그를 한국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의 노력으로 최초의 헝한사전인 『웽조사전』이 출판됐다.  
또한 그는 1954년 북한 주재 헝가리 문화관으로 2년 동안 근무하면서 북한지역의 역사문화 유적들을 직접 답사하고 임화, 이기영, 한설야와 같은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한국학 연구에 몰두했다. ELTE 대학교 한국학과장인 초머 모세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당시 그는 『오천년 역사의 한반도에서 보낸 2년』이라는 한국 역사 저술을 구상하고 있었다. 초머교수는 그의 구상이 주체사상에 입각해 기술한 현재 북한 역사책 보다 상당히 정확하다고 평가한다. 


그는 한국어 어족에 대한 연구도 했는데 조선왕조 시대 공문서들에는 순 한국어 어휘들이 없으나 16세기 민요에는 순 한국어 어휘가 95%에 이른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한국에 순 한국어 어휘가 남아 있는 것은 그 당시 백성들 덕분이므로 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쇠베니는 학자의 눈으로 당시 북한 사회를 매우 비판적으로 기록했다. 전쟁 복구사업에 강제로 주민을 동원하는 것을 보고 일제가 만주국에서 시행한 강제동원령과 같다고 보았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못질이 금지돼 액자 하나 걸 수 없고 평양방송 이외의 라디오 청취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망스럽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의 폐쇄적인 북한 상황을 미리 보았던 것이다. 


쇠베니의 한국학은 북한을 통한 한국학이었다. 하지만 그는 전체주의적 북한 체제를 비판했으며 한국인과 한국문화를 사랑한 한국학 학자였다. 그는 자신이 아직은 ‘여행객’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한국학에 좀 더 천착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1956년 헝가리 혁명 이후 헝가리와 북한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더 이상 연구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헝가리 한국학 발전을 위해 아쉬운 일이었다. 

▲ 웽조사전(초머 모세 교수 제공)

 

 

 

 

 

 

 

 

 

※ 밝혀둡니다. 
지난 호 <인물로 보는 한국과 헝가리의 교류사>의 원 제목이 ‘헝가리 민요의 아버지 코다이 졸탄을 사사한 한국의 음악가:안익태’였습니다. 바꾼 제목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밝혀둡니다.

 


장두식(일반대학원 초빙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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