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16. 재난과 인권

세월호의 아픔을 통해 배운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 단대신문l승인2017.05.30l수정2017.05.30 10:21l142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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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instiz.com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에 있던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이 죽임을 당했을 때 우리도 함께 죽었습니다.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 속에 가족들이 다 죽어가고 있을 때 우리는 또 죽었습니다. 어떠한 구조행위도 하지 않으면서 최선의 구조라는 정부의 거짓말을 듣고 있었을 때 우리는 세 번째 죽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절규하는 우리는 너희가 알아보라는 얘기를 듣고 네 번째 죽임을 당했습니다. 가족들이 어떻게 죽임을 당했는지 알아야겠다는 우리에게 이제 그만하라고 했고 이것이 우리의 다섯 번째 죽음이었습니다.” (416 가족협의회 성명서 2015. 3. 30.)

‘세월호’란 말을 듣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4.16 세월호 참사 이후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많은 귀중한 생명을 잃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여전히 지켜만 보는 무력감 때문일 것입니다. 3년이 지났지만 세월호의 아픔과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에서 인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큰 과제를 남겼습니다.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전통적 시각에서 ‘생명권’은 자의적인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생명, 자유, 인신의 안전을 보장하는 권리였다면 오늘날은 국가가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기본권을 재난, 재해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인권 개념으로 설명하면 소극적 의무에서 적극적인 의무로 역할이 확대된 것이죠. 이미 우리 헌법에도 이러한 적극적인 생명권 보장의 의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특히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며, 여기서 말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34조)’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앞에 헌법은 단지 문서에 불과했고 배의 침몰과 함께 존엄한 생명의 가치는 무너졌습니다. 많은 분이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아니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는 분명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시민들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례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다음 날 그가 숨진 스크린도어 위에는 19살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쪽지와 국화꽃이 걸렸습니다. 쪽지에는 ‘그의 죽음은 불의의 사고가 아닙니다’ ‘열심히 일했을 뿐입니다. 19살 청년이 왜 죽어야 합니까’ 등의 메시지가 적혀있었습니다. 또 단순한 안전 부주의 사고로, 하청업체 탓으로 돌리려는 지하철관리 당국과 정부의 무책임을 더는 지켜보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세월호가 가져온 또 다른 변화는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인식입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사고의 진실과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피해자 구제, 책임자 처벌뿐 아니라 사고 피해자 그리고 유가족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에 대한 권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가 있습니다. 2015년 당시 미국 공군이 알카에다 기지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인질로 억류돼있던 미국인 1명과 다른 국가 인질 1명이 함께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군사작전의 내용을 국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을 밝혔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었지만 정부의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은 지연되고 뒤늦게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는 정치권 싸움 속에서 제대로 조사도 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쳐 더 큰 실망만 안겼습니다.  

지금까지는 늘 필자의 개인 소견으로 칼럼을 마무리했지만 이번엔 제 의견이 아닌 ‘존엄과 안전에 관한 4.16 인권선언문’으로 갈음하려 합니다. 4.16 선언문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들의 호소와 아픔을 공감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운동이며, 1년여 동안 간담회, 토론, 포럼, 서명운동을 거쳐 시민 스스로 만든 선언문입니다. 선언문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자유롭고 평등하다. 안전한 삶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다. 안전은 통제와 억압으로 보장될 수 없으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 평등, 연대 속에서 구현되는 인간의 존엄성이야말로 안전의 기초이다.”

오규욱 인권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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