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 <9> <정글은 언제나맑음 뒤 흐림>, 무슨 만화였을까?
글그림의 애니인사이드 <9> <정글은 언제나맑음 뒤 흐림>, 무슨 만화였을까?
  • 단대신문
  • 승인 2017.09.05 16:41
  • 호수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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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일러스트

지금으로부터 약 14년 전,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어 TV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만화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 이 만화의 원제는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로 일본어로 맑음을 뜻하는 주인공 ‘하레’와 흐림을 뜻하는 ‘구우’를 주연으로 한 정글 판타지 만화입니다.

TV판 뿐 아니라 OVA까지 전부 수입되면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지만 놀랍게도 이 만화가 결국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기억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만화가 워낙 정신없이 진행되는 것도 한몫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애니메이션이 완결 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화책인 원작에선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의 후속작인 <하레와 구우>를 통해 완결이 납니다.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의 이야기는 정글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는, 오락을 좋아하는 소년 하레가 어머니로부터 바나나를 따오라는 심부름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던 도중 정글 속에서 괴생물체를 만나고 정신을 잃게 됩니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러한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레는 구우라는 귀여운 소녀를 만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어제 보았던 구우의 모습은 영업용일 뿐이었고 구우는 무표정한 표정과 독설, 그리고 지나가는 생물들이 모조리 삼켜버리는 이형의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구우는 몸을 변형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나 성별, 기억까지 조작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였습니다.

구우의 특징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그녀가 삼킨 생물들은 소화되지 않고 그녀의 배 속에 있는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는 것이죠. 이곳에선 온갖 동식물, 심지어 사람들까지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괴상한 구우라는 소녀를 하레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구우는 이런 아이구나’라고 인식하고 그녀와 함께 온갖 사건에 휘말리며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작중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생활도 점점 끝을 맺게 됩니다. 하레의 어머니가 도시의 대부호 딸이라는 사실부터 하레의 아버지가 매우 바람둥이였다는 것, 그 아버지를 제거하려는 암살자가 자주 보던 할머니였다는 사실 등 온갖 배신과 미스터리 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말이죠.

어느 날 하레는 구우가 태어난 고향에서 구우를 만나게 됩니다. 이때 구우는 평소의 태도와는 매우 달랐고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구우는 ‘하레를 언젠가 이 장소에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하레는 다시는 평소에 지내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고, 하레가 할 수 있었던 일과 하고 싶은 일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다. 나는 인간이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말을 끝으로 사라집니다.

▲ 사람을 집어 삼키는 구우와 구우의 삼키는 행동을 말리는 하레

그리고 눈을 뜬 하레는 구우를 찾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아무도 구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사실 이러한 사건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구우는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하레는 어른이 돼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게 됩니다. 그리고 이 만화는 하레의 딸이 자신하고만 있을 때 구우의 표정과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구우가 자신의 딸로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은 채 완결이 납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엉망진창인 만화라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면 어떨까요?

어느 날 꾼 꿈속에서 하레는 구우의 고향 세계를 보고 이곳엔 식물 외의 생물은 없다며 ‘쓸쓸하다’고 느낍니다. 이는 구우가 하레를 만나기 전까지 이러한 쓸쓸한 곳에서 외롭게 지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는 구우가 어째서 온갖 생물들을 집어삼켜 그녀의 뱃속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활발한 세계를 만든 것인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구우는 외로웠기에 온갖 생물들을 집어삼킴으로써 이를 위로했던 것이죠.

사실 하레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과는 매우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주인공 하레는 소년 가장이고 어머니는 미혼모이며 아버지는 바람둥이입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 유쾌하게 진행됩니다. 외로웠던 절대적인 존재 구우는 이러한 환경에서도 언제나 웃고 지내는 하레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가 있는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의 무대인 정글로 넘어온 게 아닐까요?

복잡하고 머리 아픈 도심과는 정반대의 환경인 정글에서 도심만큼 복잡한 사정을 가진 이들의 일상생활 이야기, <정글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 이 만화만큼 가볍고 유쾌한 만화도 드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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