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알바 '택배 상하차'

우리사회 '을'의 입장, 그 중심에 서다 이준혁‧김한길 기자l승인2017.11.14l수정2017.11.14 13:39l1434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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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 맞춰서 하차를 기다리는 택배 차량

Prologue

대학생과 아르바이트는 떼려야 뗄 수 없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는 시급이 높은 아르바이트다. 하지만 높은 시급임에도 외면 받는 아르바이트, 바로 ‘택배 상하차’, 택배 상하차는 10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에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고강도 아르바이트다. 지난 2014년 MBC <무한도전> ‘극한알바’ 특집에서도 등장할 만큼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최악의 아르바이트로 악명이 높다. 지난 8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약4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7.4%가 꺼리는 아르바이트로 택배 상하차를 꼽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택배 상하차는 기피 대상 중 하나이다.

 

■ 3분 짜장 보다 빠른 상하차 알바 구하기

“5시까지 세종 웨딩홀로 바로 와요, 건너편이에요, 건너편.”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 걸린 시간은 3분 남짓. 워낙 힘든 아르바이트로 악명 높아 항상 일손이 모자란 탓인지, 거주지와 성별, 나이를 말하니 속전속결로 진행된다. 버스에서 내리자 먼저 대기해 있던 인력회사 직원이 사무실로 안내한다. 사무실 안엔 테이블마다 수많은 인력회사 직원과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무실을 비집고 배정받은 인력회사 직원에게 찾아가니 계약서를 내민다. 일당은 어떻게 받느냐는 질문에 “퇴근하면 알게 된다”는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온다. 마지막 ‘만찬’인 간단한 저녁 식사를 허겁지겁 해치우기도 잠시, 기자에게 물류회사 직원이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 본격적인 하차 업무를 준비하는 중이다.

■ 일당 15만원은 미끼

상하차는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화물을 싣는 상차, 내리는 하차, 그리고 바코드를 찍는 스캔 작업. 신입들은 대개 하차,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상차로 배치된다. 여성과 잔뼈가 굵은 고참 노동자 일부는 바코드로 스캔작업을 하며 라인 뒤에서 상하차를 감독한다. 기자가 배치된 물류 작업 건물의 하차 라인은 12개. 작업장의 압도적인 크기에 이제야 ‘극한알바’를 한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기자는 하차라인 9번에 배치됐다.

 

하차 업무는 작업반장 한 명과 기자와 신참 총 세 명으로 진행된다. 사뭇 긴장된 상태로 굳어있는 기자에게 작업반장이 같이 일하게 될 라인 반장을 소개한다. 기자는 물류차가 오기 전 긴장도 풀 겸 작업 파트너에게 가장 궁금했던 일당을 묻자 사뭇 다른 답변이 들려온다. 구인 사이트 공고에서 본 일급은 15만 원. 하지만 15만원은 12시간의 일과 추가 잔업까지 마쳐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한마디로 15만원이란 임금은 일종의 미끼, 심하게 말하면 사기인 셈이다.

 

■ 단 한 순간도 쉴 수 없다

어둠을 뚫고 첫차가 온다. 문이 열리고 매캐한 먼지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작업시작!” 작업반장의 외침에 정신없이 수백 개의 상자가 밀려온다. 시작한 지 30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온몸은 이미 땀범벅이다. 입에서는 침이 말라 단내가 풀풀 풍기고, 허리와 손목은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길고 긴 컨베이어 벨트는 어두운 트레일러 내부까지 들어와 끊임없이 화물을 뱉어낸다. 남은 시간을 생각하자 공포가 밀려온다. 옷도 벗고, 비명 지르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서 계속해서 짐을 나르는 중 들려온 말은 “빨리해야 빨리 끝나지. 이 새끼야”였다. 기자의 속도 모르고 끊임없이 배달물품을 토해내는 화물차량, 차량 하나를 끝낼 때마다 마치 바통터치라도 하듯 계속 차량이 들어선다.

▲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택배

오전 3시, 4번째 차량을 보낸 뒤 화장실이 가고 싶었지만 “일도 못 하는 놈이 화장실은 무슨 화장실이야”라는 말과 함께 욕설이 들려온다. 분노가 끓어올랐지만 억울하더라도 참고 견뎌야 하는 ‘을’의 서러움을 느낀다.

 

■ 상하차를 하게 되는 이유

잠깐의 쉬는 시간. 10번 레일에서 하차를 하던 김남석(28) 씨는 신혼부부라 휴가비를 벌기 위해 지원했다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원했지만 역시 돈 벌기가 쉽지 않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그는 땀을 흘리는 기자에게 물을 건네며 “상차보다는 하차가 쉬운 편이니 힘내서 끝내보자”며 힘들어하는 기자를 다독여준다. 작업 파트너인 이규범(23) 씨는 “상하차 일을 한지 꼬박 한 달”이라며 “꽤 오래 일했다는 반장들도 만근을 못 채울 만큼 일이 험한 곳이다. 업무강도가 높은 데 비해 일당이 턱없이 적으니, 차라리 다른 알바를 하라”며 기자에게 당부한다. 작업반장 A(31) 씨는 “여기서 일한 기간이 1년 남짓인데 밤을 쫄딱 새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고 말한다.

 

■ 열악한 작업환경과 쉼 없는 노동

하차를 보면 레일이 짐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럴 경우 “레일이요”라고 크게 말하면 라인반장이 버튼을 눌러 레일을 짐으로 가까이 대어준다. 4번째 차량의 짐을 옮기는 것이 어느 정도 완료 되는 때였다. 짐을 레일로 올릴 때는 가장자리부터 올린 후에 가운데의 짐을 올려야 한다. 가장자리를 마무리하고 가운데의 짐을 옮기는 도중 갑작스럽게 레일이 앞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레일이 천천히 기자의 다리를 집어삼킨다. 짐과 레일에 다리가 끼어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로 다리가 찌그러지는 광경을 지켜보다 아찔한 정신을 붙잡고 레일을 멈추라며 소리를 질렀다. 함께 일하던 작업 파트너의 도움으로 레일을 멈추고 가까스로 약간의 찰과상만 입은 채 빠져나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레일을 작동시킨 작업반장을 쳐다보지만, 그는 기자에게는 사과 한마디 없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그것도 못 빠져나오는 새끼가 잘못이지.”

 

■ 헤진 목장갑과 온몸에 든 멍

오전 6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닫자, 체력도 집중력도 떨어져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팔과 다리는 감각이 사라진지 오래, 몸이 휴식을 갈구한다.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전 7시 아침이다. 일당을 받을 수 있다는 기쁨보단 한시라도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퇴근하고 약 1시간이 지나자 통장에 10만 225원이란 돈이 찍힌다. 국밥 7천원, 교통비 4천원, 음료수 두 캔 2천원, 빵 천원을 제외하고 남은 돈은 약 8만 6천원. 전날 5시에 버스에 타 다음날 9시에 집에 도착한 것을 생각하면 최저시급도 받지 못한 턱없이 적은 돈, 다 헤진 목장갑과 온몸에 든 멍만이 기자에게 괴로움을 되살려 줄 뿐이다.

 

Epilogue

피로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통근 버스를 타던 중, ‘대전HUB 일 157만 상자 최대 취급 물량 처리 기록 경신’이라 쓰여 있는 대형 현수막이 펄럭인다. 157만 이라는 경이로운 숫자엔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착취당한 노동자들의 고통의 숫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에 준거한다면 4시간당 30분의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하지만 휴식은 단 5분도 없었다.

 

이번 극한 알바를 통해서 택배가 늦는다고 불평했던 나를 되돌아본다. 사람은 어리석게도 자기가 직접 경험해야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다. 혹시 당신의 택배가 조금 늦는다면 짜증 섞인 독촉 전화 대신 먼저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택배 기사님께 시원한 콜라라도 한잔 권한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꿔본다.


이준혁‧김한길 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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