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복지장학금 vs 성적장학금, 충돌하는 장학금 제도

화요시선 23. 성적장학금 폐지 임수민 기자l승인2017.09.19l수정2017.11.27 14:36l1431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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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채은빈 기자

● [View 1] 저소득층

고등학교 시절 힘든 수험생활을 버티고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기초생활수급자인 나에게 ‘캠퍼스의 낭만’은 즐길 여유도 생각도 못 할 사치였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았지만 문제는 생활비였다. 형편이 어려운 나에게 대학 생활은 ‘학업’조차 부담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연일 치솟는 물가에 푹푹 나오는 한숨.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얻게 된 폐기 음식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는 나 자신을 보고 있자면 씁쓸한 웃음이 지어진다. 친구들이 대외활동이나 교환학생 같은 걸 준비하는 모습을 나는 매번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하루하루가 막막한 나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오는 걸까. 올해부터 학교가 성적장학금 대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복지장학금을 확대 지급하기로 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나는 매달 50만 원의 생활비와 기숙사비 전액을 지원받게 됐다. 덕분에 3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나로 줄였고 공부에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3점대에 머물던 성적이 월등히 올랐다. 비슷한 사정이던 동기 녀석은 최근 학교 지원으로 꿈으로만 간직했던 교환학생을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경제적 부담을 덜고 여느 대학생처럼 취업 준비에 열중해 보려 한다.

 

● [View 2] 성적 우수자

대학에 들어온 후 나의 평균 학점은 줄곧 4.3이다. 남들이 놀 때도 공부에만 열중했다. 노력의 결실은 전액 등록금 지원으로 빛을 봤고 나는 부모님의 든든한 자랑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학내 성적장학금이 폐지된다. 대신 복지장학금의 비중을 높인다고 한다. 비싸지 않은 아파트 한 채와 10년 넘은 승용차 한 대가 전 재산인 우리 집은 사회적 기준으로 평범한 중산층에 속한다. 더 이상 나는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없다. 400만 원이 넘는 학비를 매 학기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닌 내게 성적장학금은 유일한 희망이었다. 학자금 대출로 이번 학기를 등록할 수 있었지만 벌써부터 다음 학기 걱정이 한가득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을 늘리려 하는 학교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영업을 하는 부모의 친구가 예상보다 낮은 분위를 받아 장학금을 지원받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성적장학금 폐지로 인해 나와 같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중산층 가정이 과연 한 둘일까?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성적장학금 폐지

고려대학교는 지난해 1학기부터 국내 최초로 성적장학금을 전면 폐지했다. 고려대학교 염재호 총장은 성적장학금 폐지 배경에 대해 성적 우수자에게 주던 장학금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대학가에서는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거나 비중을 줄여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을 늘리려는 추세이다. 이화여자대학교는 성적장학금 제도를 일부 폐지했으며, 서강대학교 역시 지난 1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2018학년도 1학기부터 성적장학금을 ‘가정형편 장학금’으로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적장학금 폐지가 확산되는 가운데 찬반입장은 팽팽하게 나눠진다. 성적장학금 폐지를 찬성하는 측은 ‘복지장학금이 가난하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주는 학자 보조금’이라는 장학금 본래의 뜻을 제대로 실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 측은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나 학습의욕 고취를 위해 성적장학금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한국장학재단 분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제도가 제대로 저소득층을 구분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일각에서는 장학제도를 따져보기 전에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학생 한 명이 연간 부담하는 평균 등록금은 668만8천 원이다. 대학에서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학생과 부모에게 부담되는 금액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복지장학금과 성과의 보상으로 주는 성적장학금은 상충되는 성격을 갖고 있으며, 장학금 개편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장학금은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 것이 분명한 사실인 만큼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수민 기자  sumin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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