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작가 작품, 교과서에서 빠져야…
성추문 작가 작품, 교과서에서 빠져야…
  • 박정규(교양학부) 교수
  • 승인 2018.03.28 0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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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투’ 운동으로 인해 성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과 이윤택·오태석 연출가가 교과서에서 퇴출된다고 한다. 교육부는 8일 교과서 출판사와 집필진 의견을 취합한 결과, 현재 중·고교 교과서 20종에 수록된 이들의 작품과 인물 소개 38건이 모두 삭제된다고 밝혔다. 고은 시인은 중학교 국어와 고등학교 국어·문학·역사부도 등의 교과서에 시·수필 등의 작품이 13번, 인물 소개는 11번 이루어졌고, 이윤택·오태석 연출가는 중학교 국어와 미술, 고교 문학 교과서에 작품 4편과 인물 소개 10건이 실렸는데, 출판사들은 고은·이윤택·오태석의 사진이나 인물 소개 같은 내용을 삭제하고, 교과서에 실린 이들의 작품은 다른 작가 작품으로 바꾼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조치에 대해, 작가와 작품은 별개이므로 작품성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굳이 삭제할 필요가 있겠냐고 주장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성격을 너무 가볍게 본 발상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교과서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한 독자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재이므로, 작품성 판단을 학생 독자층에게 떠넘기는 것은 일단 교육적 차원에서도 무책임한 처사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작가들의 작품은 당연히 삭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겨지는데, 이렇게 판단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우리나라의 교육 과정상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언급하면서 그러한 세계관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언급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정이 이와 같다면, 현재 성 추행을 일삼아 온 작가들은 수십 년간 자신의 우월한 입지를 악용하여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약자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혀 온 경우에 해당하므로, 과연 그러한 삶의 과정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작품의 예술성을 어디까지 인정해 줄 수 있을 것인지 오히려 반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쯤에서 한 가지 우려스런 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왜곡된 성 문화를 청산하기 위한 새로운 바람이 ―가령 9년 전 29세의 나이로 성 상납 강요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끊은 여배우의 자살 사건을 재조사해 달라는 국민 청원이 23일을 기준으로 참여 인원 20만 명을 넘은 것과 같은― 불고 있는 것은 몹시도 다행한 일이지만,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이미 다문화 사회로 바뀐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아직까지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동남아 여성들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배제되어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기왕에 시작된 이 운동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 문화를 올바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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