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합승제도
택시합승제도
  • 박혜지 기자
  • 승인 2018.09.19 13:11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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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36. 재도입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뜨거운 감자
출처 : 조선멤버스
출처 : 조선멤버스

● [View 1] 택시를 잡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 A

오늘 중요한 시험이 있어 여유롭게 등교할 준비를 했다. 출발 시간대가 아침 시간임을 고려해 택시를 타고 시험장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뒀지만,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평소보다 택시가 더 잘 잡히지 않았다.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의 유료배차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초조한 마음을 부여잡고 온갖 방법으로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시험시간은 다 돼 가는데, 택시는 잡히지 않으니 다른 승객이 타고 있는 택시를 합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1982년까지 택시합승제도가 있었지만, 당시 택시 기사와 합승객이 공모해 범죄를 일으키는 등, 여러 가지 범죄 사건들이 발생해 택시합승제도가 폐지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무려 25년 전의 일이다. 과학기술이 많이 발전한 만큼, 범죄 문제는 줄어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행여나 하는 문제의식으로 택시합승제도에 반대한다면, 정작 택시를 필요로 하는 시민들의 수요를 무시하는 격이지 않을까.


● [View 2] 택시 합승제도에 반대하는 택시기사 B

출퇴근 시간처럼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때, 간혹 승객들이 합승요청을 해오곤 한다. 승객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몇 번 정도는 합승을 허락해줬지만, 택시비를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고 매번 흥정해야 하는 상황도 불편하다. 한 명만 태우면 미터기에 찍힌 금액을 그대로 받으면 그만이지만, 중간에 탑승한 손님의 경우 계산하기가 무척이나 곤란하다. 또 중간에 다른 손님을 태우게 되면 처음 탑승한 손님의 가격도 할인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 급해 보여서 중간에 다른 손님을 태운 적도 몇 번 있었지만 택시합승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몇몇 손님에게 항의를 받은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발생하니, 굳이 도중에 다른 승객을 태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거기다가 택시 수요가 많은 시간대는 출퇴근 시간으로 고정돼있고 택시 기사들은 그 시간대에 대부분의 수입을 얻는 상황 속에서 택시합승제도가 부활하게 되면 택시 수요의 감소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 돼버린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택시 합승제도에 대한 찬반 여론

출퇴근길에 택시를 잡고 싶지만, 택시 공급 부족으로 택시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택시 배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택시’에서는 추가 요금을 내면 우선적으로 택시를 배차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수요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택시 합승제도 부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1982년 택시 합승제도가 폐지됐다. 급한 사정이 있는 승객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는 있었지만, 기사와 합승객이 공모해 범죄를 일으킬 수도 있고, 특히 여성은 모르는 남성과 함께 택시를 합승하는 게 꺼려진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9~10월 한국교통연구원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기사 340명을 일대일 면접해 ‘택시 합승에 대한 이용자운전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합승에 반대하는 기사의 비율은 72.9%로 집계됐다. 택시 합승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요금과 운행경로 등 승객과 마찰 가능성이 있어서’(44.8%)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과거 합승에서는 요금의 90%를 받았다면, 현재는 60~70% 요금을 받는 시스템이므로, 수익을 올리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기사 입장에선 합승으로 인해 얻는 이득보다 스트레스가 커 차라리 한 승객을 빨리 데려다주고 다음 승객을 태우는 게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치안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택시 합승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운전자와 사용자의 본인 정보를 입력한 후 배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훨씬 위험 요소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택시 요금 문제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정확한 거리 측정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만약 합승을 원하지 않는다면 관련 설정 기능을 통해 합승거부를 할 수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UBER’ 나 ‘LYFT’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 합승을 시행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합승제도를 시범운행 중이다.

승차부터 배차, 결제까지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든 것이 이뤄지는 시스템. 이는 편리한 듯 보이지만 섣불리 시행하기엔 위험부담이 크고,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시점에서 어플리케이션 도입을 통한 합승 서비스를 고려해볼 필요는 있지만, 합승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의 비율은 72.9%이고 승객의 비율은 57.7%인 것을 고려해 무작정 찬반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도입할 환경이 만들어졌는지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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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ej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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