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천사들에게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다
날개 잃은 천사들에게 새로운 날개를 달아주다
  • 이병찬 기자
  • 승인 2018.11.23 00:11
  • 호수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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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재활공학사 김정현(34) 씨

Prologue

바야흐로 대한민국 반려인 1천만 시대가 도래했다. 이는 한국의 다섯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려문화가 너무 갑작스레 성장한 여파로 유기견 문제, 애니멀 호더(동물 수에 집착) 등 우리는 많은 성장통을 겪고 있다.

 

반려문화 급변의 흐름 속 동물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가 있다. 바로 펫츠오앤비김정현(34) 대표. 고향이 시골이다 보니 어렸을 적부터 개, , 염소 등 많은 동물들을 키우는 등 동물들과 굉장히 밀접한 삶을 살았다는 그. 한국 최초로 동물 의지재활을 시도했으며 동물복지를 위해 일해온 그를 서울 영등포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동물재활공학사는 사람들에게 생소한 직업인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는 건가.
 

수술 전후나 장애가 있는 동물들이 겪는 신체적인 문제들을 불편하지 않게 보조기구 제작을 통해 도와주는 직업이다. , 동물들의 선천적인 장애와 후천적인 부상들을 휠체어나 의족 등 보조장비나 재활 장치로써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동물 재활공학사라는 직업이 한국에서 친숙한 직업은 아니다. 원래부터 꿈이 이쪽이었나.

 

처음 갖게 된 직업은 사람들에게 의수족을 만드는 의수족 전문가였다. 우리나라에 동물재활공학사라는 직업이 없고, 실제로 동물들에게 보조기나 의수족, 재활 훈련용품들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 부재했다. 그래서 의수족을 만드는 나의 능력을 동물에게 적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동물재활공학사라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동물 의지재활과 인간 의지재활의 주요한 차이점은 무엇인가.
 

동물 의지재활과 인간 의지재활의 주요한 차이점은 적용의 주체이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사람은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지만, 동물은 동물이 적용하지 않고 사람이 적용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불편하다는 것을 말로 표현할 줄 알지만, 동물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보호자의 반려견에 대한 이해와 반려견의 심정을 어루만지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 동물의지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우연히 유튜브 해외 채널에서 꼬리를 다친 돌고래의 재활기구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의 사례를 접하고 강렬한 호기심을 갖게 됐다. 찾아보니 그 사람들은 나와 같은 의수족 전문가들이었다. 이에 직접 당사자와 다른 해외 동물재활공학사와 접촉해서 한국의 많은 장애 동물들이 버려지는 안타까운 상황을 호소했다. 초반에는 기술 유출의 우려 때문인지 많은 동물재활공학사들이 도와주기를 꺼렸다. 그러나 포기 하지 않고 많은 연락과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에 마음이 동한 해외의 동물 재활업체는 동물 재활관련기술을 알려줬고 한국의 상황에 접목해서 한국에서 동물재활공학사라는 직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관련 기술을 배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에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앞서 말했다시피 한국에 없는 일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또한 사람에게 적용하는 재활보조기술을 동물에게 똑같이 적용했을 때 정말 효과적일지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많은 업체들에게 자문을 구했고 실제로 가서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배웠던 방법과 공식들은 한국에 맞지 않는 것이 많았다. 한 예로 해외에는 대형견이 많지만, 소형견을 선호하는 한국에서는 해외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는 보조기구가 흘러내리고 잘 맞지 않는 등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처음 창업했던 2013년 당시에는 동물 의지 재활이라는 개념이 생소해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나.
 

초창기에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겪었다. 당시에는 반려견 문화를 애견문화라고 칭하는 등 용어적 차이도 있었고, 반려견 문화 자체가 성숙하지 못했다. 제도적, 사회적으로도 관심이 많지 않았고 보호자들의 반려견에 대한 인식수준도 낮았다. 또한 내가 쓸 돈도 부족한데, 겨우 개에게 돈을 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는 반려인도 많았다. 그러나 이 문제는 사회적 변화에 의해 차차 해결됐다.
 

 

6년 가까이 재활 보조기를 만들고 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초창기에 만났던 친구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중 골든 리트리버 동순이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홍역 후유증으로 인해 생사를 넘나들고 동물병원에 버려져 유기견 보호소로 가게 됐었다. 보호소에서는 이 어린 친구를 살려보자라는 뜻으로 보호소 직원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치료해보고자 했고, 그 결과 동순이는 보조기와 재활치료로 새 삶을 얻었다. 이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친 반려동물이 재활보조기구를 통해 재활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해줄 수 있나.
 

첫째로 동물병원의 진단을 받게 된다. 이후 동물재활공학사를 만나서 동물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을 가지고 보호자의 여건과 반려견의 사육환경 등 여러 가지 관점을 고려해 어떤 동물 재활기구를 사용할지 결정하고 제작에 들어간다. 일주일가량 기구에 적응하도록 한 뒤 보행테스트를 한다. 충분히 잘 걷는지, 다른 문제는 없는지 등을 체크하고 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있고, 집에서 홈케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후에는 A/S나 추적 관찰 등이 이뤄진다.
 

 

우리 사회에서 동물복지를 위해 가장 시급한 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측면과 반려인에 관련된 관점이다. 사회적 측면은 언론이나 방송에서의 지나친 관심이 자신의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도록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를 양성하기 위한 국가적, 제도적 지원이 미비하다고 생각한다. 반려인에 관련된 관점은 여건이다. 여건이 되지 않는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반려동물과 반려인 모두 불행해진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여건과 책임감이 충분할 때 키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보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아픈 동물들이 처음 왔을 때 축 처져 있는 경우가 많다. 점차 상태가 좋아져 조금씩 걷게 되고 통증을 잊게 돼 기분 좋아하는 표현들을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또한 보호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반려동물의 치료비가 입양비보다 더 부담이 돼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치료비의 편차가 크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형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반려인 입장에서는 동물치료비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수의사 입장에서도 치료비를 낮추기 힘든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반려인과 수의사의 입장차를 고려해 적정치료비를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
 

초심. 일이 바쁘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던 것도 있지만 사실,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이 되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 시작했던 마음들 그 중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명감 없이는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갈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처음 가졌던 그 마음이 평생 함께해야 할 목표이자 사명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는가.
 

전문적인 인력을 배출해 의료상의 시스템들을 광역시마다 한 군데씩 설립해 질 좋은 동물복지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하게 했으면 좋겠다. 또한 동물복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바지했으면 한다.
 

Epilogue
 

늦은 저녁 공원을 몇 발짝 거닐면 쫄래 쫄래 바삐 움직이는 강아지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차가운 거리 속 아픈 다리를 끌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유기견 또한 그만큼 많다는 것은 한국 반려견 문화의 어두운 면이다.
 

한국 사회에서 라는 동물은 가축에서 애완동물로,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부르는 명칭이 달라져 왔듯이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에 뒤따라야 할 책임감이 아직 미비한 것이 현실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안녕이 거리로 내몰 때의 안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의 안녕으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야 하지 않을까.

이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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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fthseaso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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