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 김한길
  • 승인 2019.03.13 00:51
  • 호수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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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기업 아만보 17. 오이스터 에이블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염주용 대표(좌)와 배태관 대표(우)
▲인터뷰를 하고 있는 염주용 대표(좌)와 배태관 대표(우)

 

수십 년 동안 분리수거는 단순히 종이는 종이대로, 캔은 캔대로 분리하는 것이 전부인 지루한 노동이었다. 어렸을 땐 멀리서 캔을 던져 골인을 시켜 넣는 재미라도 있었지만 어른이 되면 그 마저도 잃게 된다. 그러나 내가 분리수거해 버린 쓰레기가 우유가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도시 속의 울창한 숲을 조성할 수 있다면 어떨까.

오이스터 에이블은 흙 속의 진주라는 의미로, 쓰레기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사회적인 목표를 가진 기업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이스터 에이블은 분리 배출함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IoT 분리 배출함을 만들었다. 이 배출함은 배출 쓰레기의 무게와 적재량을 탐지할 센서가 부착돼 있어 이용자들이 투입 감지 센서에 재활용품의 바코드 스캐너를 인식하고 투입구에 투입하면 설치된 앱을 통해 포인트가 지급된다. 지급된 포인트는 오이스터 에이블과 제휴를 맺은 회사들의 제품들을 구매하거나 도시 숲을 조성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오이스터 에이블이 개발한 IoT 분리배출함
▲오이스터 에이블이 개발한 IoT 분리배출함

 

오이스터 에이블은 배태관(35), 이창희(33), 염주용(35) 세 명의 공동 대표가 중심을 맡아 운영된다. 그중 배 대표는 창업 아이디어를 골목길을 걷던 중, 한 무더기가 쌓여있던 쓰레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쓰레기를 누가 얼마나 버렸는지 데이터화를 통해 정리하면 상업적인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배 대표는 대학교 동기, 후배 사이인 두 대표와 함께 사업 아이템을 구상한 뒤 각종 공모전을 거쳐 2016년에 오이스터 에이블을 창업했다. 이어 창조 경제 혁신 센터’, ‘강남구 창업 지원 센터등을 거쳐 현재 서울시 글로벌 스타트업 센터의 도움을 받아 사무실 제공과 창업 자금을 마련했다.

현재 오이스터 에이블은 부산 금정구, 서울 송파구, 강남구 등 아파트에 100여 대가 넘는 분리 배출함을 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특히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엘스 아파트에서는 앱 이용자가 전체 주민의 40%나 될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한다. 또 오이스터 에이블은 기업들이 사회적 기업의 이미지를 갖고 싶어 하는 욕구와 좋은 기업의 제품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가치 소비 심리가 선순환을 이루게 하는 것이 성공적인 창업 비결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매일유업 상하목장의 경우 제휴를 맺은 후 이용자들의 상하목장 제품 이용률이 4배나 늘었다고 한다.

그들은 창업 초기는 매 순간 어렵다고 입 모아 말했다. 그중 제일 어려운 것은 영업이라고. 특히 더 어려운 영업 상대는 공무원이다. 환경 기업 특성상 정부 기관 또는 정부 지자체 공무원들을 상대할 때가 많은데, 공무원 특유의 보수적인 조직 성격이 새로운 것들을 소개하고 장려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대라고 한다. 또 창업가들 사이에서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창업 3~7년 사이의 죽음의 길을 맞이한 회사로써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특히 이 시기는 정부 지원이 많은 1~3년과 달리 스스로 상업화를 통해 능력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좌절한다고 하는 시기기도 하다.

최근 롯데칠성음료, 7번가 피자 등 다양한 기업과 추가로 제휴를 맺는 등 사업이 잘돼가고 있다는 오이스터 에이블. 그들은 결국 가치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20대가 많은 대학에 그들의 분리 배출함을 설치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 대표는 대학생이라면 잠깐 실패를 해도 잃을게 적을 수 있는 귀한 시기라며 자신의 능력을 성장시킨다는 점에서 창업도 취업과 비슷한 맥락이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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