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핑계라는 무대 위에서 춤춘다
비만은 핑계라는 무대 위에서 춤춘다
  • 박창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13 18:59
  • 호수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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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비만

제야의 종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한데 벌써 달력의 큰 종이 두 장을 뜯어냈다. 연초의 계획은 1980년대든, 2010년대든 별로 달라지는 게 없다. 여전히 우리들은 술, 담배를 줄이거나 끊고, 혹은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려 애쓴다. 금연도, 다이어트도 굉장히 실천하기 쉬운 결심에 속한다. 수없이 끊거나, 줄여봤기 때문이다.

갱년기로 접어드는 필자의 아내가 얼마 전 아침에 드디어 최고 몸무게를 기록했다며 투덜거렸다. 비아냥거리기 좋아하는 필자는 기다렸다는 듯 “사필귀정”이니 “며칠 후에 또 갱신할 것” 등의 말로 아내의 속을 긁었다. 여기까지는 약과다. 결정적으로 아내를 부글부글 끓게 만든 말은 “곧 내 몸무게와 같아지겠네?”였다. 끓는 불에 기름 붓는 격으로 말라깽이 막내 녀석은 키가 20cm나 작은 엄마가 체중은 자기보다 무겁다며 낄낄거린다. 약이 잔뜩 오른 아내에게 나온 말은 뜻밖에도 “오늘부터 더 먹겠다”였다. 좀 더 비아냥거리고 싶어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는 내게 아내는 “이번 달 말까지”라는 단서를 슬그머니 갖다 붙이며 한 걸음 물러난다. 그래서 다이어트의 우리말은 “내일부터”, “내년부터” 그러다 “다음 생에”가 된다.

LG전자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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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모임과 술, 그리고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다반사로 넘치는 사람(관계), 복잡하게 얽힌 많은 일과 음식의 상관을 끊을 수는 없을까? 야속하게 들리는 분도 계시겠지만, 체중 관리에 실패하는 대부분 사람은 핑계가 넘친다. 대표적인 변명은 오늘 혹은 내일부터 끊겠다 등 시한을 상정하는 경우다. 대부분 짧게 시한을 정함으로 비장한 각오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려 하지만 스스로 정한 약속이라 구속력은 크지 않다. 대상 탓을 하는 것도 대표적 변명 중 하나다. 대상은 인적 대상, 각종 모임 및 이슈, 날씨 등 매우 다양한 편이다. 친구와 다투거나, 성적이 우수해도 술이나 음식은 자연스레 그 옆에 동참한다. 핑계를 찾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원인은 간과한 채, 합당한 이유 없는 핑계를 찾아 나와 내 주위를 속이며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이다.

자! 이제 비만과 다이어트에 국한해서 결론을 내려 보자. 필자는 이 지면을 빌어 “비만은 핑계라는 무대에서 춤춘다”는 격언을 남기고자 한다.

우리의 삶은 늘 분주하고 고단하다. 제대로 된 영양도, 휴식도 못 갖고, 운동도 하지 못한 채 지출은 늘고 그에 비례해 체중도 불어난다. 살도 빼고 돈도 모으면 좋으련만 돈 빼고 살 모으며 살아간다. 이면에 우리를 유혹하는 많은 것들이 있고 우리는 그 달콤함을 이기지 못한 채 많은 핑계를 대며 살아간다. 결국, 체중은 핑계를 먹고 늘어나므로 비만은 핑계라는 무대에서 춤추고 있다.

허황한 각오와 변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는 우리가 세우는 계획이 너무도 웅대하고 거창하다는 데 있다. 이제 전략을 바꿔 사소하여 실패조차 힘든 계획을 세워보자. 핑계를 대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계획 말이다. 작은 실천은 큰 힘을 발휘한다. 결국, 작은 계획과 성공의 반복이 긍정적인 행동을 습관으로 정착시켜주는 전략이며, 핑계 없이 변화를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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