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돼지의 동거로 살펴본 중성지방 이야기
인간과 돼지의 동거로 살펴본 중성지방 이야기
  • 박창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0 20:37
  • 호수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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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중성지방
▲ 인간과 돼지는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어 왔다(출처-Pixabay)
▲ 인간과 돼지는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어 왔다(출처-Pixabay)

 

인체에 체지방이 쌓인다는 의미는 에너지 연소와 저장이 불균형을 이룬 결과라 할 수 있다. 과식 등의 열량 과잉과 운동 부족의 상태로 에너지 연소가 감소하면 잉여 에너지의 저장은 증가하며 이것이 체지방 축적의 원인이다.

지구 상 동물 중 비만한 동물 두 부류가 있다.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이다. 집을 뜻하는 한자어 집(家) 자를 보면 돼지 시(豕) 자가 지붕 변 아래 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돼지와 인간은 왜 한 지붕 아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을까?

뚱뚱한 동물의 대명사인 돼지는 뱀이 물더라도 혈관이 작은 지방의 특성상 맹독이 잘 퍼지지 않아 쉽게 죽지 않았다. 돼지는 이러한 자신의 신체적 장점을 잘 활용하여, 인간의 집 앞마당에 수시로 출몰하는 뱀을 짧은 다리와 육중한 체격으로 밟아 죽인 후 잡아먹었다. 돼지가 뱀을 막아 주었고 그 대가로 인간들은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제공함으로써 한 지붕 아래 동거라는 전략적 제휴를 맺게 된다. 강연에서 수분이 적은 지방의 특성상 비만인들이 벼락에 맞을 확률이 적다거나 뱀에게 물려도 마른 체형의 사람에 비해 생존확률이 높다는 말을 전하면 일부 청강자들은 기뻐하기도 한다.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생체조직이다. 피부 밑에 일정량이 쌓여 쿠션처럼 외부 충격을 완화한다. 또한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는 단열재 역할과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기근 시 비축해둔 에너지를 방출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저장 에너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지방은 혈관이 작어 대부분 흰 빛을 띠며 수분이 적고 무게에 비해 부피가 크다는 물리적 특성이 있다.

지방은 운동 경기 중 수영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흑인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지방이 많은 백인 선수들은 올림픽 수영경기의 모든 금메달을 독식했다. 수분이 적고 부피가 큰 지방이 천연 구명조끼가 되어 수중에서 유리한 부력을 그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체내에 축적된 중성지방이라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 덕분에 “굶주림”과의 전쟁에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조금만 과식을 하거나 운동이 부족하면 쉽게 살이 찌는 사람들은 굶주림을 견뎌내기 위해 진화한 인간의 우수한 특징 때문이다. 이 밖에도 체지방은 체온 유지, 장기를 보호하는 완충 기능, 그리고 인체의 항상성이나 면역체계 등의 내분비 관련 기능에 관여한다.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지방이 많은 이유는 임신, 출산 등의 생식 능력과 수유를 위한 육아 활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높아진 건강 의식과 다이어트의 열풍으로 지질의 과잉섭취에 대한 경계심이 매우 높아졌다. 다양한 천의 얼굴, 지방처럼 그 역할이 양날의 검과 같이 극명하게 나뉘는 물질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늘어진 뱃살을 집어넣어 예전에 입던 옷을 다시 입기 위해, 또는 건강검진에서 대사증후군 판정을 받은 충격 등 어떤 이유든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지방을 덜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을 때는 건강이나 미용의 적으로 여겨지는 중성 지방이지만 적당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내분비조직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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