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 감성 가득 수원 행리단길
164. 감성 가득 수원 행리단길
  • 금유진
  • 승인 2019.04.03 22:49
  • 호수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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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을 충전하는 방법

2019년의 해가 밝은지도 엊그제,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 코 앞이다.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흘러간다는 말이 사실인 걸까. 언제나 삶을 살아가는 건 쉽지 않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복잡한 머리가 어지러워 여유로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절실해질 때쯤, 번뜩 그곳이 생각났다.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따뜻한 공간. 개성 넘치는 감성이 가득한 수원시 행궁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행궁동 길거리에 그려진 벽화
▲ 행궁동 길거리에 그려진 벽화

 

화서문을 따라 안쪽으로 걷다 보면 옛 향기를 간직한 한옥 건물과 화성행궁 둘레길이 보인다. 이를 중심으로 뻗은 양측 도로변에는 저마다의 개성을 띈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현대적인 모습으로 잘 가꿔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과거의 기억을 미처 씻지 못한 세월의 향기가 가득하다. 편안하게 장바구니를 든 채 길을 지나는 동네 어르신들의 모습에서도 행궁동의 편안하고 여유로운 매력이 느껴진다.


행궁동에는 감성적인 요소를 잘 살려 명성을 얻은 카페가 많다. 평소 결정을 하는 데 오랜 시간을 쏟는 기자이지만 오늘만큼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궁동의 경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루프탑 카페를 찾아갔다.

▲ 저렴한 가격의 분식
▲ 저렴한 가격의 분식

 

카페를 찾아가는 도중 밝은 소녀들의 웃음소리에 눈길이 끌렸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작은 글씨로 ‘쉼터분식’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고, 그 창문에는 귀여운 떡꼬치 모양의 그림과 함께 500원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순간 초등학교 시절 학교를 마친 후 분식점에서 먹던 간식이 떠올라 추억을 회상하게 됐다. 떡꼬치 500원, 컵 떡볶이 500원, 치즈스틱 7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학교를 마치고 달려 나와 친구들과 함께 분식점에서 사 먹던 음식들이 생각나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기분 좋게 배를 채운 후 곧바로 원래 목적지였던 루프탑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감각적으로 꾸며진 카페 내부에 마음이 홀려 잠시 내부를 즐겨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옥상에서 바라보는 행궁동의 풍경과 커피 향을 놓칠 수 없기에 야외로 향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행궁동의 고즈넉한 모습은 마음을 더욱 설레게 했다. 옛 모습을 간직한 한옥 건물들과 현대판 옷을 입은 이색 상점들. 같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두 가지의 반전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봄을 준비하듯 따듯하지만, 아직은 겨울을 놓치기 싫은 듯 차가운 바람. 이런 사소한 온도를 느끼며 주변의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마냥 행복한 순간이었다.

▲ 행궁동에 위치한 루프탑 카페 전경
▲ 행궁동에 위치한 루프탑 카페 전경

 

카페에서 여유를 즐긴 것만으로 오늘을 끝내기에는 다소 아쉬워 나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행궁동 유명 꽃집 ‘꽃처방’에 들렀다. 전원주택의 모습을 한 이 건물의 흰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알록달록 옷을 입은 꽃들이 기자를 반겼다. 자신에게 꽃을 선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목적과 상관없이 꽃 선물은 사랑받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예쁜 꽃이 많아 행복한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지만, 결국에는 계절에도 잘 맞고 가장 쨍한 색감으로 눈을 사로잡았던 망고 튤립 한 송이를 주문했다.

▲ 꽃을 처방한다는 컨셉의 꽃집
▲ 꽃을 처방한다는 컨셉의 꽃집

 

고른 꽃이 사장님의 손에서 예쁜 꽃다발로 탄생하는 동안에는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벽면 곳곳에 걸린 다양한 종류의 꽃과 사진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크고 작은 마음이 이곳을 다녀갔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찰나 햇살이 비추며 사장님께서 처방전을 작성하자고 하셨다. ‘꽃처방’의 하이라이트 처방전 작성, 이 순간만큼은 진지하게 나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개의 테마 중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일상’, 일상이라는 단어가 오늘 하루의 모든 것을 정리하는 듯했다. ‘행궁동에 올 때마다 느끼는 행복함을 지속하는 삶을 살 것.’ 감성을 충전하며 생활의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처방전을 작성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정말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여유가 우리의 긴 삶을 지탱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 순간에 스며든 소중함을 간직하자.

금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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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jj@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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