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 너
신음하는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 너
  • 송정림 작가
  • 승인 2019.05.07 22:59
  • 호수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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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황야에 부는 북풍처럼 거칠고 절절한 캐서린과 히드클리프의 사랑. 죽음도 찢어놓을 수 없는 그들의 사랑과 애증을 담은 <폭풍의 언덕>30세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단 하나의 소설 작품이다.

 

린튼의 저택을 빌린 는 집주인 히드클리프를 만나러 폭풍의 언덕에 찾아가고 그곳에서 하룻밤 묵는 동안 캐더린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유령을 만났다는 의 말을 듣고 히드클리프는 창을 잡아당기며 절규한다. 사연이 궁금해진 는 저택에 돌아와 오랫동안 그 저택을 지킨 하녀인 넬리에게 폭풍의 언덕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유령이라도 보고 싶어 하며 절규하는 히드클리프, 그리고 유령이라도 그의 곁에 있고 싶어 하는 캐더린의 아름답고도 위험한, 절절하면서도 치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 영화 폭퐁의 언덕의 한 장면
▲ 영화 폭퐁의 언덕의 한 장면

워더링 하이츠의 큰주인 언쇼는 리버풀에 가면서 아이들에게 뭘 사다 줄까 묻는다. 사흘 후 돌아온 아버지 언쇼는 고아 히드클리프를 데리고 온다. 언쇼 씨는 버릇없는 힌들러보다도 말괄량이 캐더린보다도 히드클리프를 훨씬 귀여워한다. 아버지의 애정을 가로채는 히드클리프를 힌들리는 맹렬하게 미워하는데.

 

2년 후, 언쇼 씨 부부가 죽게 되자, 히드클리프는 머슴으로 전락하고 힌들리의 학대는 심해진다. 그러나 캐더린과 히드클리프는 황량한 자연 속에서 사랑의 추억을 만들어간다. 그런 어느 날, ‘린튼가의 개에 물린 캐더린은 다섯 주일을 린튼가의 저택에 머물며 치료를 받게 된다. 고상하고 예쁜 아가씨가 되어 돌아온 캐더린. 그녀는 린튼가의 아들인 에드거에게서 청혼을 받고 넬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지금 히드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 히드클리프는 그녀의 그 말을 듣고 집을 나가버린다. 곧 이어진 캐더린의 말은 듣지 못한 채로. “나보다도 더 히드클리프를 사랑해

 

캐더린은 에드거와 결혼하려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내가 린튼과 결혼하면 히드클리프의 출세를 도와서 오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할 수가 있어.” 그녀가 변심했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간 히드클리프는 돌아오지 않고 캐더린은 그를 찾아 미친 듯이 헤맨다. 혹독한 슬픔의 세월을 보낸 캐더린은 삼 년 동안 소식이 없자 에드거와 결혼한다. 그 후 히드클리프는 부자가 되어 돌아온다. 그리고 복수를 시작한다.

 

히드클리프는 힌들리에게 접근해 도박을 하고 재산을 뺏는다. 그리고 에드가의 동생인 이사벨라와 결혼한다.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가던 캐더린은 극도로 몸이 약해지고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죽음 직전까지 간다. 히드클리프를 저주하며 증오하던 캐더린은 정작 히드클리프가 찾아오자 먼저 그에게 키스한다. 그는 병색이 완연한 그녀를 마음이 아파 차마 내려다보지 못한다. 그제야 캐더린의 마음을 확인한 히드클리프는 그녀를 안은 채 오열한다.

 

결국, 캐더린은 딸을 낳자마자 죽고 그녀의 집 앞 숲 속, 히드클리프는 발작을 일으키듯 신음하며 무섭게 외친다. “캐더린 언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날 찾아와! 어떤 형체로든지 내 곁에 있어만 줘!”

 

신음하는 가슴에 비수처럼 꽂힌 사랑, 앓는 심장에 검은 독약처럼 스며든 사랑, 알코올중독자에게 있어서의 알코올처럼, 도박꾼에게 있어서의 도박처럼 치명적인 중독성을 지닌 사랑. 증오와 복수라는 방법 말고는 그 어떤 사랑의 방법도 없는 폭풍 같은 사랑. 죽어서도 잠속에 있지 못하고 황량한 덤불 속에서 헤매고 다니는 황야의 사랑. 육신이 없다면 유령으로라도 보고 싶은, 그래서 창틀을 부여잡고 제발 내 앞에 나타나 달라고 애원하는 사랑. 그런 사랑은 축복일까, 형벌일까.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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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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