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은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저울은 네가 지난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 박창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15 17:09
  • 호수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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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식욕
야식은 체중감량의 적이다
야식은 체중감량의 적이다

 

우리의 일상 중 해가 떠 있는 낮 시간대는 지방을 축적하고 억제하는 교감신경의 영향 아래 있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점심 시간대는 하루 중 높은 열량의 음식을 먹을 유일한 기회다. 그러나 메뉴를 고르고 줄을 서는 등 제한된 시간 안에 식사해야 하는 특성상 점심은 만찬이 되기 어렵다.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대충 때웠으니 우리는 저녁에 총력을 집중할 각오를 다진다. 회사 정문을 나선 직장인이 스트레스를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풀어내다 보면 자정에 육박할 즈음 섭취한 열량은 1만 칼로리를 넘어갈 수도 있다. 일과 중 김 부장의 독설 한 마디가 내 복부의 장간막에 천박한 지방 1kg을 붙이는 순간이다.

스트레스가 없는 평온한 밤도 음식의 유혹은 극심하다. 야심한 밤, 뭘 좀 먹을까? 그냥 잘까? 고민 끝에 후자를 택한 사람은 눈물겹긴 해도 다음 날 편안한 속으로 아침상을 마주할 수 있다. 어려운 결단에 큰 박수를 보낼 정도다. 공복감에 잠을 설치다 결국 라면을 찾아내 김치와 햄을 듬뿍 넣고 이젠 살았다 하는 표정으로 면발을 흡입하던 기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이러한 습관이 있다면 이제 그 사람 이름 앞에 “야간식이증후군”이라는 질환명이 붙는다. 비만 원인 중 하나인 야식이 질병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대부분 야식으로 이어지는 공복감은 체중 감량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는 다이어터에게 최대의 적이다. 치킨을 시켜 뜯고 있는 식구들 앞에서 홍당무를 씹던 기억이 있는가. 반창고로 입을 막아도 치솟는 식욕을 억제할 수는 없다. 우리의 몸과 뇌가 식습관을 조절하여 자연스럽게 정상 체중을 회복할 수는 없을까.

식욕은 진짜 배고픔인 생리적 신호와 가짜 배고픔인 감정적 신호로 나눌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음식에 손이 가도록 우리를 유혹한다. 대부분의 다이어터는 야심한 시간에 음식을 먹는 행위가 비만의 원인이 됨을 잘 알고 있다. 야식을 즐기는 사람은 수면 전 극심한 공복감을 호소한다. 그러나 이것은 필요한 것이 부족하여 우리의 몸이 음식을 요구하는 생리적 욕구가 아니라 취침 전 빈 배를 채우려는 욕망에 불과하다.

식욕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호르몬은 렙틴이다. 렙틴은 지방에서 분비되어 배고픔의 신호를 차단하는 식욕 억제 호르몬이다. 배가 부르면 수저를 내려놓게 하여 과도한 음식의 섭취를 줄임으로 체지방을 일정량으로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뇌의 쾌락 중추에서 삼겹살 몇 점을 더 요구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거다. 쾌락 중추의 자극이 렙틴의 메시지를 압도하는 것을 우리는 렙틴 저항성이라 부르는데 의외로 비만인에게 렙틴의 수치가 높다. 호르몬도 우리의 의지와 욕구를 이길 수 없음을 전적으로 보여준다. 역으로 우리의 정신으로 육체를 제어할 수 있다는 방증이다.

야식과 더불어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변명 또한 비만의 원인이다. 술집 의자에 앉아있는 몇 시간에 비하면 거실 바닥에 깔린 매트에 누워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하루에 30분만 걷고 일주일에 단, 30분의 근육운동도 못 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이 벅찰까? 문제는 우리의 시간이 아니다. 건강과 행복을 위해 그만큼의 시간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내 몸의 지방 덩어리를 없애고 건강을 찾는 방법은 변명을 없애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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