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힘
그림의 힘
  • 이다현
  • 승인 2019.06.05 16:25
  • 호수 14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 나도 시험이 끝나면 신나게 놀고 싶어
▲ 해리트 반 혼토르스트, 발코니의 음악대, 1622
▲ 해리트 반 혼토르스트, 발코니의 음악대, 1622

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이 자신도 모르게 합격 취소를 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 적 있습니다. 알고 보니 페이스북을 통해 친구를 맺은 재수생의 소행이었죠. 재수생은 자신이 가고 싶었던 대학에 합격했던 친구를 질투해, 개인 정보를 수집하여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서 합격을 취소시켰던 것입니다.

질투의 민낯을 말해주는 극단적인 일화일 수 있지만 시험을 준비하면서 우리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나보다 먼저 합격하고 떠나는 이들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이지요. 축하보다도 먼저 고개를 들고 마는 이 마음, 도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헤리트 반 혼토르스트의 <발코니의 음악대>를 보면서 생각해보지요. 재밌게도 이 그림은 그림을 쳐다보는 우리를 발코니를 올려다보게 만듭니다. 악기를 퉁기며 놀고 있는 악단은 거꾸로 나를 내려다보네요.

먼저 앞서 가는 이에 대한 부러움이나 질투로 고민을 상담해오는 분들은 이 그림을 고르며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내 몸은 여기 아래 있는데 빨리 취업하고 합격해서 저 사람들처럼 위에서 같이 놀고 싶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나를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타인에 대해 지니는 부러움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심리학자들은 부러움을 악의적 부러움과 선의적 부러움,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선의적 부러움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자극받아 자기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2011년 네덜란드의 어느 연구에서는 대학생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선의적 부러움을 유발하자 학생들이 공부에 의욕을 보이면서 창의성과 지능 테스트에서 더 나은 성적을 냈습니다. 감탄과 질투심을 비교해보았을 때 감탄 쪽이 기분은 나을지라도 부러움에서 오는 고통만큼 의욕을 고취시키지는 못한다는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반면 악의적 부러움은 질투의 대상을 깎아내리고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은 남도 갖지 못하게 만드는 부정적 방향을 띕니다. 이런 질투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똑같이 준비하고 똑같이 놀러 다녔는데 왜 걔는 잘 되고 나는 안 될까요?”

하지만 아무리 함께했어도 내가 그 사람의 과정을 다 알지는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제 주변에 이름이 잘 알려진 교수 한 분이 있습니다. TV 출연이다 잡지 인터뷰다 초청강연이다 해서 대중에 얼굴을 내비치는 일이 많으니 주변 인사들이 참 부러워합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러기까지의 과정으로서 잠 못 자고 가족을 챙기지 못하는 건 기본이고 주말 내내 허겁지겁 스케줄을 다니다 링겔을 맞는다고 합니다. 그만한 정도의 수고는 꺼려하거나 아예 보지 못한 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적인 결과 자체에만 무게를 두고 자신과 타인의 결과만을 비교하기에 쉽게 열등감을 느끼고 분풀이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악의적 부러움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성취한 바를 차근히 되뇌고 경쟁자의 계획을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새겨보는 작업입니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목격했을 때 시기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감정입니다. 이를 무조건 불편하고 나쁘다고 여겨 과하게 자책하지 마세요. 다만 그 감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나의 마음가짐에 달린 것입니다.

발코니의 악단을 올려다보면서 ‘저렇게 허구한 날 놀고먹는 주제에…’라고 생각하며 저들을 깎아내릴 수도 있지만 ‘아, 즐거워 보여. 나도 저 위에 올라가서 같이 즐기고 싶어’라고 생각해서 더 노력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림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나요?

김선현 작가

이다현
이다현 다른기사 보기

 gracodm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