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깨달은 것들
신문사에서 깨달은 것들
  • 김한길 기자
  • 승인 2019.06.06 16:58
  • 호수 14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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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기 퇴임의변
김한길 총무부장
                   김한길 총무부장

 

외할머니는 내가 14살 때 공주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침울한 집안 분위기와는 달리 집 밖 세상은 아주 온전했고, 거리의 사람들은 밝게 웃고 떠들었다. 어린 마음에 ‘왜 우리 가족만 슬플까’ 하고 배신감이 들었다. 이것이 내가 처음 체험한 나와 타인과의 거리감이었다.

2년 반 동안 뉴스들을 보면서, 또 직접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 또한 비슷한 감정이다. 아무리 큰 사건사고여도 자신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타인의 슬픔은 객관화돼 무덤덤하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치나 이익에 어긋나는 일이면 타인의 작은 실수에도 죽어라 공격한다. 많은 사람이 희생됐음에도 불구하고 진영논리로 정치 싸움판이 돼버린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작은 대학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타인에 대해 쉽게 판단하는 습관을 줄인 것도 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얻은 소득 중 하나다. 신문사 입사 전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의 하층민이라고 여겨지는 쪽방촌 사람들도 그들이 그렇게 사는 데는 나름의 이유들이 있었다. 몇 시간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나서야 거리에 아무렇게 나뒹구는 술병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칙칙한 깨달음만 얻은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알았다. 답변을 늦게 보내줘서 미안하다며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준 선배의 직장 이진희 선배님부터, 인터뷰 내내 존중하는 태도로 대해 주신 김광진 국회의원까지. 또 2년 반 동안의 버팀목이 된 77기 동기들과 우리 단대신문 기자들, 전종우 센터장님, 박광현 간사님께 감사한 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바다에 떠다니는 미역처럼 내게 주어진 능력과 상황에 감사하며 살고 싶다.

김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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