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늑골은 서로 끈이 묶여있습니다
우리의 늑골은 서로 끈이 묶여있습니다
  • 송정림 작가
  • 승인 2019.10.22 17:36
  • 호수 14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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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  영화 「제인 에어」의 한 장면
▲ 영화 「제인 에어」의 한 장면

고아가 된 어린 제인 에어는 외삼촌 밑에서 자라나는데, 외삼촌이 사망하자 숙모는 제인을 귀찮은 혹을 떨치듯 로우드 기숙학교에 넣는다. 폭력적인 교사들과 열악한 시설, 감옥과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공부해서 졸업하고 2년 동안 그곳에서 조수로 지낸다.

그 후, 제인 에어는 광고를 보고 손필드라는 대저택의 가정교사로 가게 된다. 저택에는 평소 집을 자주 비우는 명문 부호 로체스터씨와 그의 딸 아델이 살고 있는데, 제인은 아델의 가정교사를 맡게 된다.

어느 날 밤, 악마의 웃음소리 같은 것을 듣고 일어나보니 로체스터의 침실에서 연기가 자욱했다. 불이 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잠들어 있던 로체스터와 딸을 구한 제인 에어에게 로체스터는 악수를 청한다.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지 당신은 반드시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거라고.”

로체스터는 밤나무 밑 벤치에 제인을 앉히고는 이렇게 고백한다. “난 당신을 보면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오. 내 왼쪽 늑골 밑의 어딘가에 실이 한 오라기 달려있어서 그게 작은 당신 몸의 같은 장소에 똑같이 달려있는 실과 풀리지 않게끔 단단히 매어져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거든.”

청혼을 받아들인 제인 에어와 로체스터의 결혼식 날, 교회의 결혼식에서 누군가 외친다. “이 결혼은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로체스터의 전처가 아직 살아있고 이 집에 함께 지내왔다는 사실을 로체스터의 처남인 그가 폭로한 것이다. 제인은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택에 머무는 동안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을. 그 모든 것이 로체스터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인 에어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길을 떠돌다가 어느 집 앞에 쓰러진 제인을 존 리버즈 목사와 그의 누이들이 구해준다. 존은 서인도 제도로 선교를 떠나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제인의 성실성과 영혼의 힘에 끌려 청혼한다. 돌아가신 삼촌에게서 재산을 상속 받은 제인은, 존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그와 함께 인도로 갈 결심을 한다. 그런데 그 순간, 제인의 귀에는 로체스터의 부르짖음이 들려온다. “제인! 제인! 제인!

제인은 소식을 듣게 된다. 다락방 속의 미친 여자가 집에 불을 지르고 그녀는 불길 속에서 타죽었다고. 그리고 로체스터는 불길 속의 그녀를 구하려다가 불길에 타서 화상을 입고 팔도 잃은 채 멀리 떨어진 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제인은 정신없이 손필드 저택으로 달려간다. 타버린 잿더미 속, 현관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집안에서 나온다. 비가 오는지 어떤지를 알려는 듯이 손을 내미는 그는 로체스터였다. 제인 에어에게 흉측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로체스터. 하지만 제인 에어는 그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가슴 아픈 일이에요. 당신의 멀어버린 눈을 보는 것은. 그 이마의 화상자국도 가슴 아파요. 그런데 더 난처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거예요.”

비가 내리면 우산을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든 우산도 버리고 함께 비를 맞아주는 것. 폭풍 속에 들어간 그대를 위해 햇살에 서있는 나 역시 그 폭풍으로 달려가는 것. 그것이 진짜 사랑인지도 모른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고백은 어쩌면, 함께 고통과 아픔의 세월을 넘어서고 난 후, 그때서야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아니, 굳이 말로는 하지 않아도 수없이 말하고 수없이 알아듣는, 무언의 고백인지도 모른다.

 

송정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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