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눈먼 자들의 도시』
문학 - 『눈먼 자들의 도시』
  • 노효정 기자
  • 승인 2019.11.06 22:36
  • 호수 1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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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모두가 약자가 된 세상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인간의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

저 자 주제 사라마구

책이름 눈먼 자들의 도시

출판사 해냄

출판일 2002.11.20.

페이지 p.472

 

 

우리는 매 순간 사람을 강자와 약자로 나눠 보는 경향이 있다. 그 분류 안에서 사회적 주류는 대부분 강자가 되며 소수는 약자가 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다수가 약자가 된 세상은 어떨까.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는 도시에서 단 한 명을 제외한 채 모두 시각을 잃는 상황을 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존재하며 약자로 분류되는 시각 장애, 그리고 모두가 시각 장애를 갖게 된 세상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 남자를 기점으로 시야가 하얗게 돼 앞이 보이지 않는 전염병이 돌게 되는 상황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전염병은 금세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주인공을 제외한 모두가 눈이 멀게 된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인간이 처하는 모든 상황에서 끊임없이 강자와 약자를 가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마치 인간에 대해 언제나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현실적인 우리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야기 초반, 전염병으로 인해 처음으로 눈이 먼 남자와 그런 그의 차를 빼앗은 남자가 나온다. 둘 중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는 아주 극명하나 곧 모호해진다. 아직 감염되지 않은 자들이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최초 감염자들을 무작정 가두는 방식을 택하며, 결국 두 남자는 감염자 격리소에서 만나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격리소에 보급되는 식량을 모두 차지해 왕 노릇을 하는 무리마저 등장하는데, 그 무리 중 한 명은 전염병이 돌기 전부터 시각장애인이던 노인이었다. 그는 비록 노인이었으나 전염병 이전부터 이미 눈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익숙해 생활에 지장이 없던 것이다. 이는 약자가 강자가 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또한 그 무리는 식량을 걸고 여자의 몸을 거래하기에 이르고, 거래 과정에 속해있던 여자 중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주인공은 왕 노릇을 하던 남자를 죽이기에 이른다.

여기까지의 줄거리 중 누가 강자이고 약자인지를 명백히 가를 수 있는가. 아마 확답하기 힘들 것이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 기자는 엄청난 불쾌감에 휩싸였다. 이어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이 차올랐다. 소설에 나오는 추악한 인간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같았고, 기자도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의 위치와 역할, 강자와 약자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 소설 안에서도 강자와 약자는 수없이 바뀌고 있다. 실제로 모든 사람은 사회에서 갑과 을을 자연스레 오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상황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주인공이 말하는 볼 수는 있지만 보지는 않는 눈먼 사람들에서 벗어나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노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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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o3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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