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엄격한 식탁 위의 철학을 세우다
칸트, 엄격한 식탁 위의 철학을 세우다
  • 이준형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22 10:59
  • 호수 14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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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칸트
▲ 칸트의 철학이 지켜지던 식탁
▲ 칸트의 철학이 지켜지던 식탁

칸트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헤겔과 더불어 소위 서양철학사의 5대 천왕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어려운 철학 이론을 전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지만, 평생의 삶 역시 흥미로운 점으로 가득했다. 매일 아침 정확히 5시에 일어났으며(덕분에 그를 깨우는 하인은 445분부터 그의 침대 앞에서 대기해야 했다), 오후 330분에 반드시 산책을 시작했다(덕분에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보며 시계를 맞췄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일화다.

더불어 그의 독특한 식습관도 특기할 만하다. 우선 그는 차와 파이프 담배로 아침을 시작했다. 담배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지만, 필요 이상으로 먹는 일을 죄악시한 탓에 식욕을 감퇴시키기 위한 용도가 더 컸다고 한다.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커피광이었는데 욕망에 굴복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정해진 양만 마셨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 점심 말이다. 성공한 뒤 그는 늘 세 시간 동안 점심을 즐겼다고 알려진다. 물론 이 시간 동안 먹기만 한 것은 아닐 터, 이 시간은 늘 그가 세상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여기에도 원칙이 없었다면 서운했을 거다. 그는 식사의 최소 인원은 삼미신의 숫자가 되어야 하고, 최대 인원은 뮤즈의 숫자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모두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숫자로, 최소 인원이 3명 미만이라면 식사 도중 대화가 끊길 가능성이 높으며 최대 인원이 9명을 넘길 경우 작은 그룹으로 나뉘어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좋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한다.

당연히 대화의 규칙도 존재했다. 우선 인사와 덕담을 하고, 근황과 가십 등 가벼운 수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절정부에서는 인문학적인 대화를 해야 했다. 감정싸움을 해서도 안 되며, 대화 말미에는 일상적인 수다로 되돌아가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해야 했다. 그의 엄격한 기준을 따르지 못한 사람은 다시는 그의 식사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그가 이미 최고의 학자로서 지위를 얻은 뒤 시행된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낙제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날에는 그 사람에게 지식인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꼬리표가 붙었기 때문이다.

그의 철학에는 마치 그의 식탁과 같은 엄격함이 묻어난다. 그는 자신의 3대 비판서 중 하나인 <실천이성비판>을 통해 인간의 도덕, 윤리학'의 문제를 다뤘다. 칸트는 다음과 같은 말과 함께 인간에게 도덕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탄과 경외심으로 내 마음을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내 머리 위의 별이 총총한 하늘과 내 마음 속의 도덕률이다.”

도덕률이란 도덕적 행위의 기준이 되는 보편타당한 법칙을 말한다. 주로 양심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명령의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 여타 자연법칙과는 다른 점이다. 다시 말해 도덕률은 그 행위 자체가 선이므로 그 결과에 구애되지 않으며, “너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정언적 명령의 형식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칸트의 설명이다.

도덕률은 더 나아가 너는 언제나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타당하도록 행위하라는 법칙으로 승화된다. 말은 어려워 보이지만 풀어보면 이런 거다. “네 판단이 주관적인 관점에서 옳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네 판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누구나 다 인정할 수 있도록 행동해라.”

사실 칸트처럼 살기도, 칸트의 철학처럼 살기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테다. 오늘 결심한 내용을 내일도 아닌 오늘 바로 잊고 그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 즉 우리이니 말이다. 하지만 철학에도, 우리의 삶 속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칸트의 믿음만큼은 다시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가치를 발하는 순간은 변하지 않는무언가 때문에 오는 건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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