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오찬호『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사회-오찬호『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노효정
  • 승인 2020.09.09 00:42
  • 호수 14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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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청년들에게

"사회 속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 이십 대에게 전하는 말"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저   자  오찬호
책이름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출판사  개마고원
출판일  2013.12.05.
페이지  p.239


지난 6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인국공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해당 사건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일괄 전환함으로써 청년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논란 점으로 섰던 것은 다름 아닌 역차별이었다. 역차별이란 차별의 반대말로, 비주류에게 주는 선의의 차별이 반대로 주류에게 다시금 차별을 낳는다는 뜻이다.

기자는 이 사태를 보며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저자가 수년간 대학에서 강의하며 이십 대를 만나 연구했던 논문을 바탕으로 탄생한 이 책은 역차별에 분노하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에 그동안 저자가 지켜봐 온 대학생들의 사례도 여럿 등장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사회 청년들은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과 지위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한 이들이 정규적으로 전환되는 것에 분노했다. 교수와 시간강사, 인서울과 지방대, 정시와 수시 등의 차별을 당연시 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저자가 연구 끝에 도달했던 결론을 빌려 말하자면 청년들은 괴물이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에 찬성하는’ 괴물이 됐다.

“날로 정규직 되려고 하면 안 되잖아요!” p.16

저자는 이러한 이십 대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함을 제시한다. 이십 대들을 몰아세운 자기계발 권장 사회 속 제대로 된 위로와 사회적 해결이 그것이다. 사회는 청년들에게 외국어, 자격증, 인턴 등 취업을 위한 자기계발만을 강요했고 우리는 어느새 평소 읽고 싶던 책을 읽는 것, 취미인 실내 암벽등반 등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을 고찰할 수 있는 일들엔 자기계발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도 않게 됐다.

즉 남들의 우위에 서려는 경쟁 속 취업이라는 지위를 얻기 위해 희생을 자기계발로 포장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져 비정규직의 비인간적 대우에 공감하지 못하고, 편견에 사로잡혀 지방대에 다니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더라도 그를 무시한다. 결국 자신 또한 차별의 대상이 될 것이 두려워 이미 성공된 길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은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확고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괴물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력에 맞는 결과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나, 덜 노력한 이는 차별을 받아도 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괜찮지 않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이에 해답을 알려줄 저자의 처방이 궁금하다면, 책을 펴 자신이 차별에 찬성하고 있진 않았는지 함께 생각해보길 바란다.

노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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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yo3o@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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