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품은 큰 강아지 똥과 징검다리 
세상을 품은 큰 강아지 똥과 징검다리 
  • 변영호 교감
  • 승인 2021.11.23 16:18
  • 호수 148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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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강아지 똥

학기 초 권정생 작가의 『강아지 똥』을 학생들과 함께 읽는다. 『강아지 똥』을 함께 읽자고 하면 “그거 읽었어요. 알아요”라는 아이들도 있고, “『강아지 똥』이 뭐예요. 재미없어요”라는 아이도 있다. 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모두는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며 각자의 능력이 있다’는 의미로 책을 이해했다.   


이 의미를 「큰 강아지 똥 노래」라는 우리 반 시에 담았다. 아이들이 넓은 세상을 가슴에 품고 성장하기를 바라며 함께 읽고 나눈 시 일부를 소개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강아지 똥이 될 거야. 큰 강아지 똥이 도와줄게. 사랑하면 변하니까. 큰 강아지 똥 품에서 나왔단다. 부모님 친구가 너를 안은 강아지 똥이야. 웃지 마, 사랑하면 느낄 수 있을 거야. 세상을 품은 강아지 똥이 될 거야. 너의 맘과 용기가 넓은 세상이란다. 사랑하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교사 욕심 탓에 조·종례 시간 이 시를 함께 암송했다. 그때 함께 암송했던 학생들은 삼십 대 중후반의 사회인이, 최근 제자들은 중학생이 됐다. 시가 머릿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책을 읽고 공부했던 아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할 때가 많다. 


삼십이 훌쩍 넘은 많은 청춘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안정된 직장을 잡지 못한 젊은이들이 이래저래 맘고생 중이다. MZ세대는 가장 평화롭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회 속에서 성장했지만, 기성세대보다 더 힘든 삶을 살 첫 번째 세대라는 암울한 이야기가 들려 온다. 개천에서 용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개구리라도 돼 개천 담장을 넘어 더 넓은 곳으로 가고 싶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다. 


「큰 강아지 똥 노래」를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읽고 헤어질 땐 아이들을 다시 만나면 우리 반의 시처럼 잘살고 있는지 묻고 싶었는데, 현 사회의 책임이 있는 기성세대로서 그렇게 물을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강아지 똥에 우연히 민들레 씨앗이 날아왔듯, 일부 MZ세대는 희망의 씨앗을 품지 못한 강아지 똥이다. 비트코인과 주식에 열광하며 불확실한 부를 좇는 바람이 강아지 똥이 품었던 민들레 씨앗처럼 성장해 찬란하게 세상을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독한 현실을 온몸으로 견디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 내게 들은 '큰 꿈을 품으면 민들레 씨앗을 품었던 강아지 똥처럼 위대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신념은 어떤 영향이 됐을까. 차라리 아이들은 『강아지 똥』에서 웃고 있다가 수레 담겨 먼 곳으로 이동하는 흙덩이를 부러워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강아지 똥을 비웃던 흙덩이는 자기 힘은 아니더라도 현실을 탈출했고, 새로운 공간에서 더 좋은 기회로 큰 씨앗을 품을 수 있을지 모르니.  


삶 속에서 우리는 늘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을 한다. 목표 지점을 놓고 뛰거나 자기 능력으로 징검다리를 건넌다. 기성세대가 징검다리 건너기를 할 때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우리의 아이들을 꼭 옆구리에 끼고 건너야 하며, 아이들이 건널 수 있는 간격으로 징검다리를 놓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앞으로 가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있는 징검다리 수로 더 많은 아이가 안전하게 오도록 뒤의 다리 간격을 줄이는 대신, 자기 앞의 간격은 넓혀야 한다.

 

▲ 목걸이에 다짐을 적으며 학생들과의 만남을 약속했다.

 

학생을 강아지 똥이라고 불렀다. 14년 전, 4학년 아이들과 학급 회의에서 작년 3월 1일에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고 그 약속을 목걸이에 새겼다. 14년이면 아이 중 누군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누군가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일꾼으로 성장할 시간이다. 아쉽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약속한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현 상황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연락하려 한다. 이것이 아이들의 징검다리를 조금 더 좁히는 방법이 되길 바란다. 

변영호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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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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