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소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 정서현 기자
  • 승인 2022.03.29 14:23
  • 호수 1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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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문학 - 한강 『소년이 온다』

 

<이 도서는 기자의 주관적인 추천 도서입니다.>


"역사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저    자    한강
책 이름    소년이 온다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14.05.19.
페이지     216p


※ 퇴계기념중앙도서관 도서 보유
※ 율곡기념도서관 도서 보유

 

1980년 5월, 봄바람이 내려앉은 광주에 총성이 울렸다. ‘신군부’가 권력을 잡기 위해 광주 시민들을 탄압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5·18민주화운동은 그저 역사 교과서의 마지막 단원에서 배우는 글 몇 줄에 그친다. 하지만 끔찍한 기억을 안고 있는 이들에겐 여전히 현실이다. 이 책은 소설이지만 저자의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얘기를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p95

 

계엄군이 도청으로 들어와 남아있는 사람을 모두 죽일 거라는 얘기가 나돌았던 날, 주인공과 광주 시민들은 그곳에 남았다. 그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지만, 정작 군인들이 시민에게 총을 겨눴을 때 그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사람조차 죽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죽음 앞에서도 나이에 상관없이 국가의 부조리에 맞서도록 이끌었던 힘은 숭고하고도 무거운 양심이었다고 기자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눈을 뜨고 있는 한, 응시하고 있는 한 끝끝내 우리는…”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한다.


기자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기에 당시의 참혹함을 교과서와 책, 영화를 통해서나마 막연하게 짐작해볼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믿을 수 없었다. 누나를 찾으러 나갔다 죽은 정대, 총에 맞은 정대를 보고 도청을 떠나지 못하는 동호. 동호를 잃은 어머니와 형제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많은 항쟁은 역사의 과오이자 수많은 개인의 비극이었다. 이 책은 각자의 시점에서 폭력에 상처 입은 내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럼으로써 5·18 희생자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기자는 책을 통해 처참하고 고통스러운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누구는 “지나간 일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래?”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물지 않는 기억이 있다. 지나간 일을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만하라며 힐난해서는 안 된다.


기자는 한줄 한줄 읽어나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희생자를 향한 죄송스러운 마음에 감히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들 덕분에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괴로워도 포기하지 말라고. 소년을 잊지 말아 달라고.

정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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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h_31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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