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원 캐스트, 이색적인 역할들까지
뮤지컬과 원 캐스트, 이색적인 역할들까지
  •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 승인 2022.03.29 14:11
  • 호수 14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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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원 캐스트와 이색 역할
▲ 뮤지컬<애니>의 주연 에일린 퀸이다.

우리나라 뮤지컬의 특징이 있다. 주요 배역을 여러 배우가 나눠 맡는 것이다. 더블, 트리플, 심지어 네 명이 한 배역으로 나오는 쿼드러블 캐스트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사실 엄격히 보자면 비정상적이다. 연출과 제작진이 같은 배역에 해석을 달리해 여러 배우를 내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호에 따라, 선호에 따라 좋아하는 배우로 골라 보라’는 홍보 문구는 ‘이 작품의 연출에는 목적이나 방향성이 없다’는 낯부끄러운 고백이 될 수도 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뮤지컬에서 주요 배역은 한 명이 맡는 것이 옳다. 우리나라에선 이 경우를 원 캐스트라 부른다. 배우 입장에서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그래야 정석이다. 덕분에 오리지널 캐스트는 배우에겐 매우 영광스러운 이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전부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비상 대비책이다. 먼저 얼터가 있다. 대안이라는 의미인 얼터너티브(Alternative)의 약자로 일부 공연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를 말한다. 보통 주 8회 공연에서 낮 공연 2회는 얼터가 맡아 무대를 꾸민다. 언더스터디(Understudy)라는 역할도 있다. 다른 배역으로 참여하며 동시에 특정 주요 배역을 틈틈이 연습해두는 배우를 말한다.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올지 모를 기회를 꿈꾸는 신인급 배우에게 주로 주어지는 역할이다.


스윙(Swing)이라는 역할은 모든 배역의 노래와 연기를 준비하고 있어 어떤 역할이라도 대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시쳇말로 하자면 ‘땜방’ 배우인 셈이다. 하지만 덕분에 작품에 대한 이해가 남달라 훗날 반전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고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애니>의 영화 버전에서 주연을 맡았던 에일린 퀸이 그렇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선발된 그는 야무지게 역할을 소화해 일약 세계적인 인기배우가 됐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종횡무진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뮤지컬 무대에서 스윙으로 활동했던 경험 덕분이었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모든 배역과 노래를 이미 꿰찰 수 있었다. 뮤지컬 캐스팅 속 존재하는 다양한 이색 역할들에 초점을 맞춘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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