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마음의 보석을 주워 빛나는 시를 쓰다-나태주 시인
버려진 마음의 보석을 주워 빛나는 시를 쓰다-나태주 시인
  • 신동길 기자
  • 승인 2022.04.05 14:24
  • 호수 14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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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78) 시인

Prologue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시 「풀꽃」이다. 익숙한 단어의 조합만으로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나태주(78) 시인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그는 60년간 5천 페이지가 넘는 시를 써냈고, 지금도 시를 통해 현대인들에 위로와 격려를 건넨다. 그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충청남도 공주의 ‘풀꽃 문학관’에서 나 시인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름은 나태주이고 시 쓰는 사람이다. 공주에 살고 있고, 78살이나 된 노인이다. 현재는 풀꽃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 처음 시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열일곱 살 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꽉 차 있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하면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처음 시를 쓰게 됐다. 좋아하는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시를 이용한 것이다.

 

▶ 등단 전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지냈다. 교사가 된 이유가 있나.
모든 것이 마음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처음 교단에 서게 된 계기엔 아버지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사를 꿈꿨지만 이루지 못하신 아버지의 바람을 내게 투영시켰던 것이 아닐까 싶다.

 

▶ 첫 시집을 낸 후 주변 반응은 어땠는가.
1972년에 등단했고 그다음 해에 2년 정도 쓴 작품을 모아 책을 냈다. 솔직히 당시 주변 반응은 별로였다. 첫 출판을 자비로 하게 됐는데 16만 원이 필요했다. 당시 그 돈이면 쌀 열 가마니 정도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돈이 없어 아버지한테 돈을 빌려 가며 책을 냈던 기억이 난다. 

 

▶ 본인이 쓴 많은 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시 한 편이 있다면.
나의 애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시는 작가가 아닌 독자에게 의미 있어야 한다. 독자들이 좋아해 주는 시가 의미 있는 시고, 대표작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랑을 받은「풀꽃」이라는 시나, 데뷔작인「대숲 아래서」,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막동리 소묘」가 가장 의미 깊은 시인 것 같다.

 

▶ 시「풀꽃」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이전에는 꽃에만 의미를 붙이며 살았다. 만약 이 시가 30~40년 전에 나왔다면 큰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작은 것에 가치를 두고, 외적인 것보다는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풀꽃」이라는 시를 읽고 가치를 느꼈기에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다.

 

▶ 출판한 시집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 그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사실 어른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 시집을 내는데 청년들, 더 나아가서는 초등학생들도 많이 읽는다.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가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쓴 시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풀꽃」의 마지막 문장에서도 청년들이 많은 위로와 격려를 얻어 갔다. 

 

▶ 열일곱 살에 시를 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시를 써왔는데, 지치거나 힘들 때도 있었나.
물론 있었다. 시가 잘 안 써질 때나 시에 대한 회의가 들 때 지치는 것 같다. 특히 쓰고 싶은 시가 안 나오거나, 타인이 시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할 때 시가 잘 안 써진다고 느낀다. 

▲ 풀꽃 문학관 앞에 있는「풀꽃」 시화다.
▲ 풀꽃 문학관 앞에 있는「풀꽃」 시화다.

▶ 계속해서 시를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시를 쓰는 게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다른 이들이 쓴 좋은 시와 글을 읽으며 극복했다. 좋은 글을 계속 읽다 보면, 나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자극들이 계속 시를 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 청년들에게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전환점은 ‘유턴’을 하는 곳이 아니다. 걸어왔던 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던 길에서 방향을 틀어 새로운 길로 걸어가는 것이다. 전환점을 통해 인생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실패와 질병, 여행과 독서를 통해 전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의 두 가지는 경험해보라고 권유할 수 없을 것 같다. 대신 청년들은 여행과 독서를 통해 본인만의 전환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 본인에게 있어 전환점은 무엇이었나.
우선 나의 전환점은 ‘실패’였다. 시험에 떨어진 적도, 일하던 것이 잘 안 됐을 때도 있었다. 특히 젊은 시절 고백을 거절당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좌절했던 것 같다. 그때 좌절에서 구해준 것이 바로 시였다. 이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 나 시인이 등단작 『대숲 아래서』의 초판본을 들고 있다.
▲ 나 시인이 등단작 『대숲 아래서』의 초판본을 들고 있다.

▶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실패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점이 청년들이 쉽게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실패 사례를 너무 많이 듣다 보니 겁을 먹어 시도조차 하지 않는 느낌이다. 청년들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할 때 청년들의 삶이 더 싱싱하게 빛날 것이다.

 

▶ 청년들이 성공에 대한 강박감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그 생각은 여전한가. 
여러 매체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 잘난 사람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그들에 비해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못난 느낌을 받는 것 같다. 요즘 청년들은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그런 것들에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두 글자는 무엇인가.
‘최선’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주로 사막에 비유하는데, 청년은 앞으로의 길이 너무 막막하다고 생각하고, 노인은 남은 삶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적막함을 느낀다. 노인은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하지만 그 얼마 남지 않은 목표를 끝까지 이뤄내는 데 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최선이라는 두 글자를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대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당신이 살아가는 지금 그 인생이 최고의 인생이다. 다만 본인이 그걸 모르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힘들고 어렵겠지만, 여러분의 인생은 모두 아름답다. 이 글을 읽는 대학생들도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알아차린 후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렇기에 현재 본인의 삶을 최고라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 필요가 있다. 

 

Epilogue
삶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 또한 실패를 경험했고, 힘든 시절을 보냈다. 오히려 그랬기에 청년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써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인터뷰 내내 청년들에게 끝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매일을 살아내길 바란다. 시인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지금 최고의 삶을 살고 있음이 틀림없기에.

신동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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